■ 사랑합니다 - 신앙인 아내와 더불어

지난 부활절에 예배가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필자, 김지훈 목사, 아내 박상숙, 아들 김민욱.
지난 부활절에 예배가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필자, 김지훈 목사, 아내 박상숙, 아들 김민욱.

믿음이란 무엇인가.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마리아에 나시고 장사한 지 3일 만에 부활하시고 하나님의 우편에 계시다 내려오신 그러므로 하나님과 동일한 존재로 보라는 이 불편한 진실을 나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인간의 문법으론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신을 부정했던 내가 40여 년 만에 참신앙인 아내의 손을 잡았다.

아내는 365일 새벽기도와 주일마다 순한 양처럼 교회를 다닌다. 때로는 안쓰러워 제발 새벽기도는 가지 말라 핀잔을 주면 “쉿! 조용히 해. 하나님이 들으셔” 하며 내 입을 막는다. 참으로 대단한 의지요 믿음이다. 나는 어쩌다 아내가 예뻐 보이는 날 큰 인심 쓰듯 교회에 따라갈 뿐, 하나님과 나와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

얼마 전 부활절을 맞아 아내의 강한 권유에 못 이겨 아들과 잠원동 신반포중앙교회를 갔다. 교회는 잠원동 4지구 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새롭게 신축되어 산뜻했다. 예전에 없던 지하 주차장이 새로웠고 다리가 불편한 성도를 위해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새로웠다. 아들을 앞세워 쭈뼛쭈뼛 들어선 3층 대예배실은 구유에 잠든 아기 예수의 숨결이 스민 듯 고요하고 숨소리도 비켜서는 장엄함은 주눅 든 아이처럼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우리는 뒷줄 긴 의자에 앉았다. 누가 보는 것 같아 조용히 눈감아 기도했다. 그러나 주기도문과 사도신경도 구분 못 하는 주제에 무슨 기도를 할까 하고 잠시 머뭇거리다 “하나님, 죄송해요.” “하나님, 죄송해요.” 아이처럼 빌기만 했다.

교회는 일반 건물과 달리 천장이 매우 높았다. 그 공간을 은은하게 채워 들려오는 오르간 소리는 내 무신의 높은음을 다독이며 “내가 너의 죄를 사하노니 이는 곧 구원을 얻으리라” 하고 들리는 듯했다. 그동안 아내의 간청을 끈질기게 뿌리쳤던 내가 오늘 부활절을 맞아 회개하는 탕자로 돌아와 교회 안에 있으니 이는 곧 하나님이 잃어버렸던 한 마리의 양을 찾으시어 기뻐하시는 것 아닐까. 또 포도밭 이야기 중에 나중에 된 자가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하셨으니 이는 곧 믿음의 시간보다 믿는 자세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것으로 나이 들어 늦게 믿더라도 하나님을 올바로 알고 진실로 회개하는 참신앙인이 되라는 뜻임에 나는 다시 한 번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오르간 소리가 멈추고 글로리아 성가대의 찬송이 이어졌다. 성가대의 화음은 감동이었다. 어쩌면 저 감동은 백 마디의 선교보다 더 강렬한 복음의 메시아가 아닐까. 오늘따라 귀 열고, 마음 열어 바라보는 곳마다 기쁨의 부활이 샘솟는 듯했다.

유진 목사님의 봉헌기도에 이어 김지훈 담임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되었다. 김지훈 목사님은 2년 전 혀의 악성종양으로 수술과 방사선 치료 후 현재 불편하신 몸으로 목회하신다고 아내에게 들었다. 나는 유심히 목사님의 말씀을 들었다. 사실 말씀보다 흔들림 없는 목사님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놀라웠다. 강건하신 목소리는 이미 종양의 벽을 무너트리고 하나님 말씀을 전하시는 꼿꼿한 자세는 나에게 용기와 희망의 믿음을 주셨다. 보라! 나약하고 아픈 자들아. 하나님 안의 나를 보라. 나는 병자가 아니라 하나님 밖에 있는 너희가 바로 병자이니라. 하고 믿는 자의 자신만만한 모습을 증명하고 계셨다.

예배가 끝나고 김지훈 목사님을 모시고 가족 첫 예배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물끄러미 하늘을 쳐다보며 나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아내는 울 밑 채송화처럼 웃었다. 먼발치 까치 한 쌍이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따라 웃는다.

김재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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