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어떻게 - 1세대 스타 영어강사 박현영

 

잘나가던 방송인 뒤로 하고

다개국어 전파자로 새 생활

수년째 유·초등 카페 1위에

 

“할 줄 아는 외국어 많을수록

인생플랜 여러개 짤 수 있어”

50대 중반의 박현영 대표는 여전히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왕년의 화려한 방송 경력자답게 카메라 앞에 서자 다양한 포즈를 척척 취했다.  윤성호 기자
50대 중반의 박현영 대표는 여전히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왕년의 화려한 방송 경력자답게 카메라 앞에 서자 다양한 포즈를 척척 취했다. 윤성호 기자

“헬로 에브리원∼.” 통통 튀는 목소리로 1990년대 방송을 종횡무진 했던 1세대 스타 영어 강사 박현영(56). 한동안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었던 그를 최근 문화일보에서 만났다.

영어 강사뿐 아니라 동시통역사, 방송 MC, 라디오 DJ, 심지어 시트콤 조연까지 섭렵하며 에듀테이너(edutainer)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엄마표 외국어 교육 전문가’로 변신해 있었다. 현재 조기 외국어 교육 연구소 ‘지니앤토비’ 대표를 맡고 있으며, 자신의 딸을 6개 국어 구사자로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카페 ‘수퍼맘스토리’에서 대한민국 엄마들에게 실천 가능한 다개국어 교육법을 전파하고 있다.

“딸 현진이와 다개국어를 할 때 마땅한 아이용 교재가 없어 애를 먹었어요. 그래서 카페 엄마들 누구나 아이와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영어,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등 8개 언어 교재를 다 만들고, 인강(인터넷 강의)도 수천 강 제작해 올렸지요.”

2010년 문을 연 수퍼맘스토리는 회원이 16만 명이 넘고, 수년째 네이버 유·초등 교육 1위 카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어 패권 시대’에 다개국어 교육이 관심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그 비결이 무얼까? “너무 열심히 해서 제 진심이 통한 것 같아요(웃음).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고 인생 플랜 B가 아니라 D까지 짤 수 있지요. 멘토가 돼 ‘할 수 있다’ 계속 독려하고 많이 소통해요.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지나 프랑스 소르본대를 졸업한 제 딸과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겠다는 꿈을 현실화하는 카페 아이들을 보며 엄마들이 확신을 갖고 더 힘을 내게 됐지요.”

그는 한 달에 영어 방송을 20개씩 하며 크게 인정받던 1997년에 결혼했다. 아이를 출산하고 조기 다개국어 교육을 실천했다. 한국외대 재학 중에 4∼5개 언어를 하는 선배들이 졸업 후 세계로 쭉쭉 뻗어 나가는 것을 보고 아이를 낳으면 여러 언어를 가르치겠다고 결심했단다. 딸 현진이가 8세 때 다개국어로 말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가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다른 아이들도 여러 언어를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카페를 열었고, 평생 이 길을 걷기로 했다.

조기 다개국어 교육 분야를 개척한 그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다개국어 책은 돈이 안 돼 출판사들이 제작을 안 하려고 해요. 제힘으로 교재와 인강을 만드는 9년 동안 집까지 팔며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집필에 매달리다 척추 수술까지 하게 됐지요. 인공지능(AI)으로 통번역이 다 되는데 무슨 필요냐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순간적으로 빨리 판단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AI는 주어진 데이터 안에서만 하잖아요. 오류도 많고요.”

15년 동안 고군분투한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아마존 입점을 위해 교재와 인강을 편집 중이에요. K-에듀가 전 세계 최고인데 아직 해외 진출을 못 했잖아요. 현진이랑 처음 다개국어 할 때도, 영어 강사 관두고 커뮤니티 카페 열 때도 다들 미쳤다고 했거든요. 또 한 번 미쳐보려고요(웃음).”

김지은 기자
김지은

김지은 기자

인물·조사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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