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2호의 생일
레베카 스테드 지음│ 그레이시 장 그림│ 위즈덤하우스


아이들에게 집은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품이다. 이 공간의 빛과 질감은 그 자체로 아이들의 습관과 취향이 되어 태초의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크든 작든, 새것이든 낡았든, 아이들은 어른들의 기준으로 집을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의 집 옷장에서 숨바꼭질하고, 장난감 같은 침대에서 꿈을 꾼다.
아빠는 302호에 이사한 날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에 초를 꽂고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 첫 번째 소원에 아이 방 벽면 가득 무지개를 그려주고, 두 번째 소원에 피자로 저녁 식사를 하고, 세 번째 소원에 오늘은 목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들어준다. 아이는 놀이터의 높은 미끄럼틀도, 초록색 욕실도, 새 페인트 냄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이의 진짜 소원은 키를 재던 복도와, 크고 파란 욕조와, 부엌 너머 나무가 있는 예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밤중에 깬 아이가 “집에 돌아가고 싶어”라고 하자 아빠는 “자, 모두 집에 가는 기차에 올라타세요!”라고 한다. 아이는 아빠 등에 업혀 방에서 거실로 부엌에서 골목으로 한 바퀴, 또 한 바퀴를 돈다. 페인트 냄새를 걱정하는 아빠에게 아이는 처음에만 그렇다고 말해주고, 집에 가는 기차를 더 타고 싶은 아이에게 아빠는 아직 멀었다고 말해준다. 아이의 낯설고 불안한 감정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아빠의 대처가 훌륭하다.
다음 날 아침 “시나몬 프렌치토스트? 블루베리 오트밀? 초콜릿칩 팬케이크?”라고 묻는 아빠에게 “뭐든 좋아”라며 제일 좋아하는 아침 식사가 새로 생겼다고 하는 아이에겐 충만함과 안도감이 있다. 정들었던 예전 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새집에서 아이는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갈 것이다. 생일 케이크에 초가 하나씩 늘어나듯 해와 달처럼 하루씩 쌓여가는 날들 속에서 아이가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의 집을 이루어가길 응원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집은 흩어진 마음을 꿰매고 다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를 빈다. 집은 아이들의 첫 번째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슬픔도 허기도 없었으면 좋겠다. 56쪽, 1만8000원.
신수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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