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여러 재료를 볶아낸 뒤 달걀 프라이를 얹어 접시에 내면 볶음밥이라 불린다. 달걀 프라이 대신 노란 달걀 물을 예쁘게 부쳐 볶은 밥을 감싸듯 덮어 선보이면 오므라이스라 불린다. 볶음밥은 주로 중국집에서 먹을 수 있고, 오므라이스는 경양식집의 단골 메뉴이니 파는 곳도 다르다. 그런데 경양식집에서 파는 오므라이스는 아무리 봐도 양식처럼 보이지 않는다. 분식집에서도 팔기도 하니 다른 양식처럼 ‘고급져’ 보이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름에서 일본 냄새가 강하게 나기 때문이다.

오므라이스의 기원을 따지려면 프랑스 요리인 ‘오믈렛(omelette)’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각종 재료를 섞은 달걀 물을 먹기 좋게 팬에서 부쳐낸 것이다. 이것을 볶은 밥에 얹어 먹은 것이 미국의 ‘라이스 오믈렛(rice omelet)’이다. 일본에 전해진 이 요리는 이름의 앞뒤가 바뀌어 ‘오무라이스(オムライス)’가 되어 일제강점기에 우리 땅에도 전해진다. 요리가 우리에게 전해진 이상 그 이름은 우리 마음이니 우리는 ‘오므라이스’란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이렇듯 마지막에 일본을 거쳐 들어온 말들은 순화의 대상이 될 때가 많다. 일본어는 웬만해서는 피하고자 하니 아무래도 영어의 라이스 오믈렛을 따라야 할 듯하다. 그런데 외래어를 확정하는 단계에서 순서는 어쩌지 못하고 오믈렛 라이스라고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짜장면과 비슷한 상황이 이 음식의 이름에서도 벌어진다. 현실에서 오믈렛 라이스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모두가 ‘오무라이스’라고 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해서는 짜장면에서와 같은 온 국민의 반발은 없었지만 규범을 정하는 이들은 마음을 넓게 써서 ‘오므라이스’도 인정하게 된다. 사전을 제외하고는 ‘오믈렛 라이스’라고 쓴 것을 보지 못했다. 이 또한 현실이 규범을 이긴 사례이다. 딱딱해 보이는 규범도 때로는 오므라이스처럼 부드럽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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