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통령 선거는 ‘계엄’으로 시작해 ‘젓가락’으로 끝나는 듯하다. ‘젓가락’ 논란은 마지막 대선 TV토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장남 동호 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을 언급하면서 불거졌다. 즉각 이준석 후보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전 국민이 보는 TV토론에서 격 떨어지는 성희롱성 혐오 발언을 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동호 씨가 ‘젓가락 발언’과 유사한 댓글로 지난해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 진영 간 ‘너 죽고 나 살자’식 네거티브 공방으로 확전됐다.

공개석상에서 노골적인 표현을 써 많은 국민에게 생채기를 남긴 이준석 후보의 과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로써 유권자들에게 또 하나의 판단 기준이 생겼다. 후보자 가족의 치부를 끄집어내 불쾌감을 유발한 행위가 더 나쁜가, 해당 발언 당사자의 부모로서 책임을 방기한 것이 더 나쁜가. 어느 쪽이 대통령이 되기에 더 부적합할까. 내란 종식이란 대의를 우선하려면 도덕성에 의문이 드는 대통령을 용인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라면 계엄 심판이 미완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생긴다. 무엇을 중시할지 가치 판단의 영역이다.

따지고 보면 대선은 ‘젓가락 행진곡’과 닮았다. 일정한 템포와 단순한 멜로디로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젓가락 행진곡’은 정해진 처음과 마지막을 제외하곤 수많은 변주가 중간에 이뤄진다. 이번 대선도 변주에 해당하는 수많은 변곡점이 ‘젓가락’ 이전에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후보 교체 파동으로 각각 위기를 겪었다. 민주당의 ‘이재명 엄호’ 입법 폭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뒤늦은 국민의힘 탈당, 보수 진영의 단일화 줄다리기, 사전투표 첫날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 논란까지. 모든 게 유권자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젓가락 행진곡’처럼 대선의 끝은 매번 비슷했다. 후보자와 그 가족을 헤집는 원색적 비방으로 귀결되기 일쑤고, 과정이 어떠했든 새 대통령이 선출되며 끝난다. 등장인물이 다르고, 중간 과정도 다르지만, 이번에도 익숙한 ‘젓가락 행진곡’을 들은 것만 같다. 새로운 곡을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다음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나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처럼 고통 속 국민을 환희로 이끄는 음악을 들려주길 바란다. 더 이상의 ‘젓가락 행진곡’은 사양한다.

이정우 기자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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