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폭풍으로 5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급감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연휴 착시효과를 걷어내면 20개월 만에 첫 감소다. 인공지능 붐으로 반도체 수출이 21.2%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자동차(-4.4%)·철강(-12.4%)·석유화학(-20.8%) 수출이 크게 줄었다. 대미 수출의 절반을 차지한 자동차·철강이 품목관세 직격탄을 맞은 게 뼈아팠다. 여기에 4일부터 철강 관세는 25%에서 또다시 50% 기습 인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매각될 US스틸 근로자를 달래기 위해 2차 관세 전쟁에 시동을 건 것이다.
재고 물량을 확보하려는 선(先)주문 효과가 사라지면서 5월부터 관세 후폭풍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도 복병이다. 5월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14.6% 감소하는 등 한국산 부품·중간재 수출도 유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95%에 이른다. 경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관세 폭탄과 중국의 ‘국산화’ 열풍으로 한국 수출은 샌드위치 신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캄캄한 터널로 확 접어드는 느낌”이라면서 올해 성장 전망치를 0.8%로 내리고 기준금리도 전격 인하했다. 이런데도 이번 대선 공약에서 수출을 회복시킬 과감한 해법은 찾아보기 어렵다. ‘호텔 경제학’ ‘커피 원가 120원’ 등 얼치기 이슈들이 판친다. 위기 의식이 없는 게 가장 큰 위기다. 수출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추세적 흐름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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