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3일 조기 대선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0%에 가까운 득표율로 제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경기 부진의 골이 깊은 데다가, 미국 관세 장벽의 충격이 가시화하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빨간불’이 켜진 상태인 만큼 새 대통령의 첫 번째 과제는 경제 살리기이다. 추경안의 신속한 편성으로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고, 미국 관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하는 과제가 막중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경제위기는 경기부양과 관세 협상 같은 단기 처방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대선 과정의 TV 토론과 후보의 공약만으로는 대한민국호가 헤쳐나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경제 리더십은 찾기 어려웠다.
한국 경제는 수출이 주도한다. 우리는 1965∼2005년 사이 두 차례의 성장곡선(S-커브)을 그리며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을 완성했다. 1965년에는 섬유·의류·가발 같은 경공업 수출 품목이 대부분이었지만, 1985년에는 선박·철강·석유제품이 주도하는 중화학공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바뀌었다. 불과 20년 만에 수출 상위 10개 업종 가운데 7개가 중화학공업 품목으로 대체되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후 1985∼2005년 사이에는 반도체·컴퓨터·무선통신 기기와 같은 정보기술(IT) 제품과 자동차가 주요 수출 업종을 차지하며 두 번째 S-커브를 만들었다. 이 기간에도 수출 상위 10대 품목의 50%가 바뀔 정도로 한국 경제는 역동적이었다.
그러면 2005년 이후 20년간 주요 수출 품목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안타깝게도 거의 변화가 없었다. 수출 상위 업종 10개 중 영상기기 제품이 화장품으로 대체된 게 유일한 변화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산업이 중국을 포함한 후발 주자에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됐다. 배터리·철강·석유화학과 같은 수출 상위 산업군은 추격이 아니라 이미 중국에 역전을 허용했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이차전지 기술은 물론 바이오 플라스틱, 탄소 융복합 소재, 제조용 로봇, 인공지능(AI) 기술과 같은 미래 유망 산업에서도 중국이 우리를 앞섰다.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분야도 빠르게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제 ‘중국발 위기(China Risk)’라는 용어는 중국의 경기침체로 인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피해가 아니라, 중국 산업의 경쟁력 상승이 우리의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좌초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오천년 역사에서 중국을 추월한 기간이 광복 이후 지난 60여 년에 불과하고, 이제 다시 중국이 앞섰던 과거의 역사로 돌아가는 게 아닌지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
오늘 취임한 이 대통령은 한국이 중국발(發) 위기를 극복하고 세 번째 S-커브를 통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희망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단기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산업구조 전환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다. 보수와 진보 세력을 아우르는 경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이들이 만든 경제 비전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경제 컨트롤타워는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이 강력한 경제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가능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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