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은 4일 취임사에 해당하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고 천명하고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도 보수의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또 “이제 출범하는 민주당정권 이재명정부는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가 될 것”이라면서 통합·실용·국익·평화 등의 국정 기조를 제시했다. 대한민국이 당면한 최대 과제가 국민 대통합과 경제 재도약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 설정이다.

그러나 어느 한 가지도 쉬운 과제는 없다. 국가적으로는 정치 혼란과 국정 공백에서 6개월 만에 벗어났다. 이번 대선은 비상계엄 선포와 정치혁신에 실패하고 분열된 구여권에 대한 민의의 심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잘해서 승리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과도한 입법권 남용으로 삼권분립을 위협했던 지난 3년을 경계하는 표심도 확인됐다. 대선 승리로 입법·행정권을 장악하고 사법권도 위협할 수 있는 정치적 토대를 갖췄다는 점에서, ‘삼권 독주’에 대한 경계심도 커졌다.

“유연한 실용정부” 최고 인재 기용이 첫걸음

이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 통합은 상대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소수 야당, 국민의힘을 국정의 협치 대상으로 인정하고 소통해야 한다. 새 정부의 내각 구성 작업은 통합 정치의 시금석이다. ‘인사가 만사’다. 국정 철학 공유가 중요한 기준이겠지만, 최고의 인재 등용이 가장 중요하다. 사전 검증이 철저해야 함은 물론이다. 선거라는 강을 건너면 측근이라는 뗏목을 버려야 달릴 수 있다.

관세 전쟁 속에 국내 산업을 지키고, 내수 경기와 성장 동력을 키워 경제를 살릴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이 대통령은 “당선 즉시 비상경제대응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35조 원 규모의 2차 추경안도 제시했는데, 경기 파급효과가 높은 분야와 수출 지원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잠재성장률 3% 진입을 목표로 내건 인공지능(AI) 대규모 투자 등 성장을 위한 공약은 이행이 시급한 분야다. “각종 규제들을 과감히 개선해달라”는 재계 요구부터 경청해야 한다.

사법리스크 해소용 입법 여부에 관심 집중

사실상 공백 상태였던 정상외교가 본격 재개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도 가급적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미 통상 문제만이 아니라 주한미군 감축 및 전략적 유연성, 방위비 분담금 인상, 북핵 등 조율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공식 성명에서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동맹에 대한 철통 같은 약속”을 강조했다. 다만, 백악관 당국자는 이례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를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과 ‘거리 두기’를 새 정부에 요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셰셰” “대만과 중국이 싸우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등의 언급도 부적절하다. 북한 핵무기가 최대 안보 위협인 상황에서 친북 정권 얘기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당면 관심사의 하나는,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문제다. 대선 때문에 연기된 이 대통령의 재판이 6월 중에 열릴 예정이다. 민주당은 그 전에 이를 봉쇄하기 위한 각종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지,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 겁박에 본격 나설지에 관심이 쏠린다. 새 정부가 법치를 수호할지 파괴할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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