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남자의 클래식 -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작품 47
1악장은 애수, 2악장은 로맨틱
3악장은 춤곡 연상시키듯 화려
절정의 음색과 기교들 총망라

지난 5월 2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국제 콩쿠르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25)가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우리나라 바이올리니스트가 이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 2022년 코로나19로 인해 2년 지연되어 치러진 대회에서 양인모가 우승한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콩쿠르는 1965년 잔 시벨리우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시작되어 5년마다 열리고 있는데 바이올린 콩쿠르 중에선 단연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할 만하다. 이 콩쿠르의 결승전엔 전통이 하나 있는데 결승전에 진출한 모든 파이널리스트들은 의무적으로 반드시 연주해야 하는 협주곡이 하나 있다는 것이다. 이 곡이 바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핀란드의 국민 음악가인 시벨리우스(1865∼1957)는 핀란드 타바스테후스에서 핀란드계 군의관 아버지와 스웨덴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재능을 드러낸 그는 일찍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고, 9세 때는 이미 작곡을 하기 시작했다. 16세 땐 ‘물방울’이란 제목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엣곡을 작곡할 정도였으나 부모의 강압에 못 이겨 음대 대신 법대에 진학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법대 입학과 동시에 부모 몰래 헬싱키음악원에도 입학해 음악 수업을 이어나갔다. 결국 법대를 중퇴하고 음악 공부에 전념하게 되는데 독일의 베를린과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작곡 공부를 이어나갔으며 27세가 되던 해인 1892년엔 핀란드로 귀국하여 헬싱키음악원의 교수로 임용된다.
시벨리우스는 조국 핀란드의 자연처럼 맑고 순수한 민족적 정서와 색채가 강한 작품들을 작곡했는데 그 유명한 교향시 ‘핀란디아’나 7개의 교향곡이 대표적이다. 1903년 38세의 시벨리우스는 그의 작품 목록 중 유일한 협주곡이 될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기로 결심한다. 사실 시벨리우스는 작곡가 이전에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는 헬싱키음악원 시절 현악사중주단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할 정도로 바이올린을 사랑했다. 그의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이었을까. 어느 날부턴가 시벨리우스는 바이올린의 활을 잡기가 두려워졌다. 제아무리 뼈를 깎는 연습을 반복해도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고 바이올린 앞에서 긴장감을 떨칠 수가 없게 되었다. 그에게 바이올린은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닌 두려움과 고통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작곡에 있어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여느 작곡가보다 바이올린이란 악기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상상 속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상정하여 바이올린이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음색과 표현, 절정의 기교들을 총망라하여 협주곡을 작곡하였다. 핀란드의 민족적 정서를 바이올린의 선율로 녹여냈고 그 둘레를 북유럽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연상케 하는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로 그득히 감싸 안으며 완성시켜 낸 것이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저자
■ 추천곡 들여다보기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작품 47은 독주 바이올리니스트의 빼어난 기교를 요구하는 작품으로 전체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악장.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파트가 연주하는 여린 트레몰로 위에 독주 바이올린의 애수에 젖은 선율이 포개진다. 기교적인 카덴차(cadenza)가 흐르고 이어 오케스트라의 민속적인 선율이 뒤따르며 이내 한데 어우러져 화려하게 마무리된다. 2악장. 긴 음표들이 이어지는 느린 악장으로 독주 바이올린의 서정적이고도 로맨틱한 선율이 압권이다. 3악장. 춤곡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악장이다. 오케스트라가 긴장을 고조시키는 리듬을 자아내면 독주 바이올린은 초절정의 기교적인 화려한 선율을 이어간다. 오케스트라는 이를 이어받아 더욱 고조시키며 독주 바이올린이 다시 가세하며 장대하고도 극적인 대미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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