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무기 거래 내역 공개한 MSMT

北, 컨테이너 2만 개 이상 제공

러시아는 첨단 무기·기술 이전

 

1년 만에 北 군사력 급속 증강

겉보기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

6·25남침 75년… 북 오판 막아야

러시아와 북한 간 불법 군사 밀착이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지난 5월 29일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북·러 군사 협력’을 주제로 한 최초 보고서를 발간했다. MSMT는, 지난해 4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해체되면서 그해 10월 한·미·일을 중심으로 11개국이 북한 제재 이행 여부 모니터링을 위해 출범시킨 팀이다.

MSMT는, 첫 보고서의 주제를 북·러 군사 협력으로 정한 것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불법행위가 북·러 간 군사 협력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러 간의 무기 이전과 관련해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지만, MSMT 보고서를 통해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 9월부터 컨테이너 2만 개 이상 분량의 포탄과 관련 물자를 러시아에 제공했다. 구체적으로 탄도미사일 100기 이상, 중포(중야포) 200문 이상, 대전차 미사일, 대전차 로켓 등 3개 여단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2024년 1∼12월 중순에도 포탄 및 방사포탄 약 900만 발을 이전한 사실이 새롭게 파악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2차례에 걸쳐 1만4000여 명의 병력을 불법 파견한 사실도 명시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지원한 사실도 공식 기록됐다. 적어도 1대의 판치르(이동식 방공 시스템)급 전투차량, 단거리 방공 시스템 및 전자전 체계, 전파 교란 장치, 북한 탄도미사일의 데이터 피드백을 제공하고 성능 개량도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24일 미 국방정보국(DIA)도 ‘2025년 세계 위협평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동북아시아 미군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수단을 보유했으며,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 강화함에 따라 수십 년 사이에 가장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섰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 파병 북한 특수전 부대의 한국 침투 능력을 큰 위협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재래식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5000t급 신형 구축함도 진수시키고,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부각하며, 신형 전차 및 자폭형 무인기 공개 등 재래식 전력의 현대화 의지를 과시했다. 북한의 능력을 고려할 때 러시아의 뒷배 없이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쿠르스크 전장에서 젊은 군인들이 흘린 피의 대가로 받은 각종 무기 및 군사 기술을 통해 대한민국과의 재래식 전력 격차를 줄여 보려는 몸부림이다. 문제는, 북·러 간 불법 군사 밀착이 여기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더욱 큰 문제는, 김정은이 연일 전쟁 준비를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러 군사동맹 위협의 파고는 이제 우리 코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오는 19일은 북·러 동맹조약 체결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조약은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체결됐고, 10월에 비준과 동시에 발효됐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일치하는 시점이다. 지난 4월 말 푸틴과 김정은이 북한군 파병을 공식 인정하면서, 이 조약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고 피로 맺은 동맹 의지를 과시했다. 특히, 푸틴은 희생된 북한군을 영웅으로 호칭하면서 영원히 기릴 것과 유사시 러시아군 파병도 공식화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휴전 협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면 북한군의 기여도는 더 높아질 것이고 전장 경험과 현대전 전투 기술도 축적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2국가론을 주창하면서 대한민국을 향해 ‘영토 평정, 초토화, 핵 과녁’ 운운하는 김정은에게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북·러 간 불법 군사 밀착을 방치한다면 북한 군사력 현대화에 기여함은 물론 북핵 문제 해결 불가, 나아가 대남 무력적화 전략을 노골화하는 북한 정권의 오판 야기 등 우려가 매우 크다. 따라서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위협을 직시하고 적극적인 정상외교 등을 통해 북·러 밀착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사회 공조, 한미동맹 및 자위력 강화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6·25 남침전쟁 발발 75주년을 맞는 시점에 북한 정권이 다시는 오판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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