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4일 취임식에 주한 미국 대사는 초청 받지 않았다. 외교부는 국회 로텐더홀이 협소해 주한 외교사절단장인 모로코 대사만 초청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실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유일 동맹국인 미국 대사와 주한미군 사령관을 초청하지 않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변화된 안보 상황에서 오해를 키울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땐 주한미군 사령관이 참석했다. 당선 직후 이뤄졌던 미국 대통령의 축하 전화는 취임 첫날에도 없었다. 백악관에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을 우려한다”는 뜨악한 논평이 나왔다.

한국이 미국 속국도 아닌 만큼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가능하지만, 세계 최강국이자 혈맹국인 미국을 홀대하는 모양새는 곤란하다. 양국의 복잡한 현안을 고려할 때 국익도 저해한다. 백악관 속내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문재인 정부의 ‘균형 외교’는 아니라도 ‘친중 선회’ 가능성에 대해 우려할 여지는 상당하다.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에는 ‘북·중·러 적대시 외교’가 적시됐고, 이 대통령은 최근에도 “중국과 대만이 싸우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셰셰(謝謝)하면 된다”라고 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지명자는 노무현 정부 때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장과 통일부 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이라크 파병 문제 등에 있어서 수평적 한미관계를 주장하는 ‘자주파’의 중심이 됐고, ‘동맹파’와 충돌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지명자는 1980년대 대학가 반미(反美)운동의 신호탄인 서울 미문화원점거농성사건 배후 조종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미국통이긴 하지만, 3년 이상 주러시아 대사를 지냈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급하다. 통화와 특사 파견 등 전략적 소통도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국정 스타일로 볼 때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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