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부 부장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선서 직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며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바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며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정치 영역에서 아무리 잘해도 경제 영역에서 잘 못 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가 쉽지 않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실용적 시장주의’를 내세운 것은 반가운 일이다. 좌파 정책이든, 우파 정책이든 하늘 아래 100% 진리인 것은 없다. 한국 현실에 맞는 정책인지 실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고, 경제정책을 바라보는 잣대를 시장에 두겠다는 얘기도 바람직하다. 그는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며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을 경제 활동의 중심에 두겠다는 정책 방향도 권장할 만한 일이다. 다만, 일부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비상경제대응TF 가동을 밝혔으니, 앞으로 국가 재정을 기반으로 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대책 발표가 잇따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나라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재정을 통한 경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서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 재정이 경기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아니라 시장을 대체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면, 재정 파탄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는 문재인 정부의 아류(亞流)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한 가지 향후 경제정책 운용에서 주의할 점은, 현실 세계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을 하는 ‘경제학자 호소인’을 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텔 경제학’을 둘러싼 논쟁이다. 관광객이 호텔에 예약금을 보내면 그 돈이 돌아서 경기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설령 관광객이 그 뒤 예약금을 회수해도 경기 부양 효과는 여전하다는 식의 설명은 말도 안 되는 궤변일 뿐이다. 이런 황당한 주장은 신화 속에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실 경제에서는 전혀 가능하지 않다.
이재명 정부 이전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허무맹랑한 가설을 믿다가 뿌리부터 무너져내렸다. 앞으로 대통령이 옳다고 생각하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사안이 발생하면 전문가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공자가 말하길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아는 것(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이라고 했다. 문 정부든, 전임 윤석열 정부든 만약 정권에 대한 평가가 ‘실패작’이라고 나왔다면 그 이유는 권력만 믿고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을 구분하지 않은 채 아집을 부린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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