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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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의 글로벌 펀드들이 그간 저평가돼 왔던 한국 증시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글로벌 펀드들이 새 대통령의 강력한 주주 친화적 정책에 호응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의 장기 부진에 지친 글로벌 자금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새 대통령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수익률 제고 공약이 시장의 신뢰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취임 첫날인 지난 4일, 코스피 지수는 강세에 진입했으며 애버딘 인베스트먼트, 픽테 자산운용, 프랭클린 템플턴 등 주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한국 주식에 대한 비중을 늘리거나 투자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매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시행으로 6개월간 이어진 정치 혼란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 지배구조와 시장 수익률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운 데 힘입어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버딘 인베스트먼트의 프룩사 이암퉁 아시아 주식 부문 부책임자는 “변화의 초기 징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정부와 국내 기업의 공동 노력이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주주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 정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의 책임 범위를 ‘회사’뿐 아니라 ‘전체 주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여당은 감사위원 선임 절차 개선, 전자투표 확대 등을 담은 구체적인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방안은 주주의 권리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주로 재벌 대기업과 그 창업자 가문들을 겨냥한 것이다. 개미들에게는 큰 호재로 평가된다.

홍콩 MY알파 매니지먼트의 존 전 대표는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과 소액주주에게 돌아가는 몫 사이의 고리가 끊어져 있었다”며 “이제 입법을 통해 그 고리가 다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도 “재벌 주도의 한국 경제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장부가 또는 해외 경쟁사보다 낮게 평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정부는 1년 전부터 추진된 ‘기업가치 제고’(Value-up) 프로그램을 더욱 가속화할 방침이다. 이는 일본의 ‘네임 앤 셰임’(name and shame) 전략을 본뜬 것으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코스피 상장사의 배당 총액은 44조 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고, 자사주 매입 규모도 두 배 이상 늘어난 18.7조 원을 기록했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펀드매니저 리아오 이핑은 “정부와 시장의 압박 속에 실제로 기업들이 계획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발 관세 인상 가능성, 경기 침체, 정치 양극화 심화 등 악재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점진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페더레이티드 허미즈의 조너선 파인즈 아시아 총괄은 “저평가된 주식과 구조적 개선 기대감 덕분에 우리는 한국 주식에 대해 강한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정환 기자
임정환

임정환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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