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Economy - 美 추진 감세법의 숨은 폭탄들
美 불공정대우 국가의 기업·개인
이자·배당 수익 최대 20% 과세
플랫폼법 추진 한국도 타깃 우려
글로벌기업 “美일자리 위협” 반발
비시민권자 해외송금에도 세금
일부 중남미國 GNI 1% 날아가

세계 최고 권력자와 세계 최고 부자로 ‘최강 브로맨스’를 자랑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관계가 감세 법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파국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자신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The One Big Beautiful Bill)으로 이름 붙인 감세 법안에 날을 세워온 머스크 CEO와의 관계가 끝났다면서 “대화할 의향이 없다”고 선언했다. 앞서 머스크 CEO는 지난 3일 X에 감세 법안을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라며 비판했다. 두 사람의 충돌은 미국 내 일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감세 법안을 살펴보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가할 조항들이 담겨 있다. 외국 기업과 투자자를 겨냥한 ‘복수세(Revenge tax)’와 비시민권자를 대상으로 한 ‘송금세(Remittance tax)’가 대표적이다.
◇미국에 불공정한 국가에 최대 20% 복수세…글로벌 최저한세, 디지털 규제 한국도 사정권= 지난달 22일 미 하원을 통과한 감세 법안 중 899조는 미국 기업을 불공정하게 대우한다고 판단되는 국가에 속한 기업, 개인에 대해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세금은 복수세라고 불리고 있다. 복수세 대상이 되는 국가의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서는 이자나 배당금, 로열티 등 미국에서 얻은 수익에 대해 매년 5%씩, 최대 20%의 세금이 부과된다. 복수세는 미국 사업장을 둔 외국 기업이 모회사로 송금하는 소득이나 미국 부동산 매각 소득 등에도 적용된다. 미국 국채나 회사채, 주식 등으로 수익을 얻는 개인들도 자신의 국가가 복수세 대상에 속하면 추가적인 세금을 내야 한다. 현재 미국은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대다수 국가의 투자자에게 미 국채 투자 이자소득 세율은 0%, 배당 소득 세율은 일반적으로 10% 정도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배당세율이 15%인데, 이러한 세금들의 세율이 20%포인트 더 올라가게 되는 셈이다.
복수세 부과 대상국으로는 미국 빅테크에 디지털세를 물리는 국가들과 다국적 기업에 최소 15% 이상의 법인세(글로벌 최저한세)를 부과하는 국가들이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세금들을 미국 기업들을 규제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빅테크들에 디지털세를 부과 중인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영국 등이 복수세의 최우선 타깃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도 복수세 사정권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을 디지털 분야 무역 장벽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인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한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한 국가도 복수세 대상으로 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미국 주도로 총 매출 7억5000만 유로(약 1조1646억 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자회사를 세워 세금을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현재 글로벌 최저한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시행 중이며, 한국에서는 2026년 6월이 첫 신고기한이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경제적 타격 우려에 70여 개 글로벌기업 대표들은 이번 주 워싱턴DC에 모여 감세 법안에서 복수세를 삭제하도록 의회를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복수세가 미국에 사업장을 둔 200여 개 외국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미국 내 840만 개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시민권자 해외 송금 시 3.5% 세금 부과…일부 중남미 국가 GNI 1% 증발 우려= 감세 법안에는 불법 체류자는 물론 비자 체류자, 합법 이민자 중 시민권이 없는 영주권자 등이 국외로 송금할 경우 3.5%의 세금을 부과하는 송금세 조항이 포함됐다. 이는 당초 원안에 있던 5%보다는 낮아진 것이지만 송금 시 금융기관에 수수료를 내는 상황에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이민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자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려는 돈에 대해 이미 소득세를 냈기 때문에 이중과세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세금 대상이 되는 이들은 취업비자나 영주권 소지자 등 약 4000만 명에 달한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게 되면 송금세는 내년부터 시행되며, 트럼프 행정부는 송금세 발효로 2034년까지 220억 달러(29조9530억 원)의 추가 세수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송금세가 초래할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중남미나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이민자들의 미국 내 수입이 고국에 있는 가족들의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글로벌개발센터에 따르면 송금세 도입 시 멕시코 이민자들이 고국에 보내는 송금액은 연간 26억532만 달러, 과테말라 이민자 송금액은 6억9737만 달러, 인도 이민자 송금액은 5억8683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엘살바도르나 온두라스 등 일부 중남미 국가의 경우 송금세로 인해 줄어드는 송금액이 국민총소득(GNI)의 1%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미국의 원조를 필요로 하는 국가가 늘어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송금세를 피하기 위해 지하금융이나 비공식적 경로를 사용해 송금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외에 가상화폐를 송금에 사용하면서 금융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세계 각국의 금융범죄 집단의 세력을 키워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가 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고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지적했다. 또 그동안 송금 서비스를 맡아온 미국 금융기관의 수익이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황혜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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