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 각국 과자 속 고유한 문화

“여기 포장지 그림 위에 과자 올려봐.”
일본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과자를 내밀며 말했다. 호기심에 과자를 그림 위에 올려보니, 놀랍게도 포장 그림과 실물이 거의 일치했다.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부분이지만 내포하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바로 소비자 신뢰를 중시하는 일본의 문화가 작은 과자 하나에까지 스며든 결과니까.
일본 과자는 작다. 정말 작다. 손톱 크기의 작은 과자에도 귀여운 캐릭터가 하나씩 다르게 들어가는 디테일이 살아있다. 포장도 한 번에 먹을 수 있을 만큼 소량씩 돼 있다. 이처럼 ‘적당함’과 ‘절제’의 미학, 그들의 생활철학이 과자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에 비해 미국 과자는 정반대의 존재감을 자랑한다. 감자칩에 대해 짠맛 하나로 익숙한 나에게 미국 마트의 감자칩 코너는 가히 문화 충격이라 할 만했다. 베개만 한 포장에 종류는 얼마나 다양한지! 식초맛, 할라피뇨맛, 후추맛 감자칩? 이런 건 대체 누가 다 먹는 걸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감자칩 하나에도 그들의 생활이 담겨 있다. 한국의 방만큼 큰 식자재 보관대(팬트리),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며 감자칩을 먹는 사람을 일컫는 ‘카우치 포테이토’, 파티 문화가 익숙한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한편, 과자 다양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국은 말 그대로 ‘맛의 실험실’이다. 오이맛, 마라맛, 블루베리맛 감자칩에 와인 초콜릿, 대추 속 호두까지. 지역마다 특색 있는 식재료와 조리법이 발달한 중국은 과자 하나에도 다양한 문화와 맛이 공존한다. 또한 SNS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새로운 과자가 빠르게 유행하며 신제품의 출시가 가장 많은 국가로 손꼽힌다.
영국은 고전의 품격이 느껴지는 과자의 나라다. 티타임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 덕분에 쇼트브레드나 비스킷처럼 전통적인 과자가 여전히 사랑받는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과자에도 건강과 영양 등급을 시각화해서 제공하는 제도가 시행 중이다. 신호등처럼 영양 정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표기해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과자는 늘 낮은 등급이라 죄책감을 안고 사게 된다는 게 함정.
동남아는 열대과일의 천국답게, 과자에서도 과일 향이 다채롭게 난다. 코코넛 바, 망고젤리, 필리핀의 대표 빙수 할로할로까지.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등에서는 길거리에서도 쉽게 다양한 간식을 만날 수 있는데, 당도가 높고 향이 강해 한입만으로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
그렇다면 한국은? 요즘은 ‘K-과자’라는 말도 낯설지 않다. 바나나킥이 블랙핑크 제니 덕분에 미국에서 주목받고, 달고나는 ‘오징어게임’ 덕분에 글로벌 디저트로 재탄생했다. SNS엔 외국인의 새우깡 먹방이 넘쳐나고, 과자 위에 뽑기 모양을 새긴 신제품도 등장했다. 이제 한국 과자도 세계인의 간식이 되어가고 있다.

과자 하나에도 문화가 묻어난다. 크기, 맛, 포장, 분위기… 그 안에는 나라별 정서와 생활 방식, 미각의 기준이 녹아 있다. 900종, 40여 개국 과자가 수입되는 요즘, 여행지에서 낯선 과자를 고를 때의 설렘은 이제 집 앞 편의점에서도 가능하다. ‘오늘은 어떤 나라의 과자를 먹어볼까?’ 나는 지금 편의점으로 세계여행을 가는 중이다.
서울대 웰니스융합센터 책임연구원
■한 스푼 - 더건강한 과자?
최근 글로벌 과자 시장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 ‘더 건강한 간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과자의 ‘영양정보 표시제도’도 더욱 체계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영양평가(Nutri-Score)’ 제도는 A부터 E까지 색상과 알파벳 등급으로 과자의 영양 상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녹색 A는 건강에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식품을, 빨간색 E는 주의가 필요한 고당·고지방 제품을 뜻한다. 소비자에게 친근한 ‘교통 신호등(Traffic-Light Label)’ 방식도 있다. 지방은 노랑, 설탕은 빨강처럼 신호등 색을 활용해 소비자가 성분별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흐름은 아시아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저당, 고단백, 식이섬유 강화, 글루텐프리 제품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식물성 재료나 대체 단백질을 활용한 친환경 과자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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