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문10답 - 대통령 집무실 재이전

 

여민관·벙커는 공개된 적 없어

3개월이면 보안시설 1차 복구

건물 내부 등 노출된 건 취약점

 

李 후보 시절부터 수차례 공언

TF 구성해 최소비용으로 준비

용산 ‘계엄 진원지’ 상징성 탈피

 

집무실 세종 이전은 개헌 필요

5년전 조사 찬성 42%·반대 49%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 이재명 대통령은 공식 업무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작했으나 향후 보수 작업을 거쳐 집무실을 청와대로 다시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 이재명 대통령은 공식 업무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작했으나 향후 보수 작업을 거쳐 집무실을 청와대로 다시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청와대 대통령실’ 시대가 조만간 다시 열린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이 되는 9월 22일에 맞춰 임시 거처인 용산 대통령실을 떠나 본격적으로 청와대에서 집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며 ‘용산 시대’를 연 지 3년 만의 청와대 복귀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청와대가 제일 좋다. 오래 썼고 상징성도 있고 문화적 가치도 있다. 안 쓸 이유가 없다”며 청와대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반면, 용산 대통령실에 대해서는 “보안이 심각하다. 도청 문제, 경계·경호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향후 ‘세종 집무실’에 대한 의지를 완전히 꺾진 않았지만, 청와대 복귀를 결정함에 따라 실제 대통령실 세종 이전 가능성은 낮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화일보는 이재명 정부의 청와대 복귀 이유와 시점, 청와대 복귀에 따른 보안 문제 등을 문답으로 톺아봤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봉황기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봉황기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1. 용산에서 청와대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이유는?

대통령실은 용산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옮기는 것과 관련, ‘이전’이 아니라 ‘복귀’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청와대 이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청와대 이전은 말 그대로 헌법상 청와대를 이전하는 것을 말하는데, 저희는 청와대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끝내고 다시 청와대로 복귀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 유튜브 방송에서 “(용산 대통령실은) 완전히 노출돼서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있다.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정을 논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용산 대통령실을 ‘12·3 비상계엄’의 진원지로 규정, 상징성 측면에서도 용산 집무실을 지속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여론도 호의적이다. 지난 6월 3일 대선일 KBS·MBC·SBS 방송 3사가 공개한 출구 조사에서 ‘다음 대통령이 어디서 일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58.2%가 청와대를 선택했다. 이어 용산 대통령 집무실(15.4%), 세종시(13.9%), 정부서울청사(3.6%) 순이었다.

2. 청와대 복귀 시점과 예상 비용은?

대통령실은 청와대 복귀 일정과 관련해 “청와대 복귀 시점은 아직도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 타임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취임 100일에 맞춰 임시 거처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청와대로 전격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상당 기간 외부에 개방됐지만, 청와대 사무 공간인 여민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리는 지하 벙커 등 핵심 시설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석 달 정도의 공사면 보안 시설을 복구하는 등 집무를 보는 최소한의 환경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본관이 아닌 여민관에서 집무를 했었다.

다만, 3개월 동안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전면적 작업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일단 청와대로 복귀한 후, 순차적으로 필요한 공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청와대 경내 탐방로는 지난 4일부터 이미 전면 보수·정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비 대상 구간은 칠궁 뒷길에서 시작해 백악정, 춘추관 옆길까지 이어지는 총 1.31㎞ 탐방로 전역이다.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관람객의 탐방로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청와대 복귀 추정 비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세금 낭비’를 경계하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가능한 한 빨리 청와대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3. 청와대 복귀 준비사항은?

이재명 정부는 임기 첫날(4일)부터 청와대 재이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작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를 맡을 임시 기구로 관리비서관을 두겠다”고 밝혔다. 기획단장 역할을 맡을 관리비서관에는 문재인 청와대에서 총무비서관을 맡았던 이정도 전 비서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2년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한 이 전 비서관은 인사와 예산 전문가로 통한다.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장·차관 시절 비서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이명박 정부 당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비서관으로 일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의전비서관을 지낸 탁현민 전 비서관은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 이 전 비서관에 관해 “제가 살면서 만나 본 사람 중에 제일 꼼꼼한 사람”이라며 “진짜 제대로 준비해서 옮겨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을 안 해본 사람은 다 욕한다. 그런데 일을 해본 사람은 욕을 안 한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본떠 만든 대통령실 상징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청와대 로고를 사용할지, 새 로고를 만들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기존 청와대 로고는 청와대 건물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4. 청와대 보안 문제없나?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은) 도청이나 경계, 경호 문제 등 보안이 심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여권에서도 청와대를 보수해 최대한 빨리 용산에서 옮겨가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청와대 보안’에 대한 우려도 역시 큰 상황이다. 청와대는 지난 3년간 일반에 관광지로 개방됐다. 지금까지 700만 명가량이 관람했고, 이 중 10% 수준인 70만 명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중국·러시아·북한 국적의 관광객에 더해 해당국의 첩보원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청와대 시설의 반복 출입이 가능하기에 여민관 등을 제외한 건물 내부와 각종 시설물 위치가 그대로 노출됐다고 보면 된다. 일각에서는 최첨단 도청·추적·통신 장치를 몰래 설치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경호실은 최근 비공개 점검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건물, 외부 조경물 등에 대해 무선·광학·음향·금속 탐지 검사를 완료하는 데는 최소 3개월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5. 청와대의 지리적 이점은?

보안 측면에서 청와대가 용산보다 월등하게 안전하다는 평가가 많다. 북악산 등이 청와대를 둘러싸고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설사 북한의 오판으로 청와대 쪽으로 북측 미사일이 날아오더라도 이를 막아내기가 서울에서 가장 용이한 것이다. 더불어 기반 시설이 많은 점도 장점이다. 청와대 주변엔 경호·경비 부대와 국군서울지구병원(대통령 전용 병원), 안가(안전가옥), 청와대 직원 숙소, 군인아파트, 변전소 등이 마련돼 있다고 한다. 특히 청와대 복귀 시,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밖에 거처를 두고 집무실까지 출퇴근하지 않아도 돼 경호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반면 용산 대통령실은 고층 아파트 등으로 둘러싸여 저격 등에 있어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는 이 같은 가능성에 대비해 방탄유리 시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통령실과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 전시 핵심 지휘부가 한곳에 몰려 있는 것 자체가 안보 리스크라는 지적도 있다.

6. 청와대 관람 붐이 일고 있는 이유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옮기겠다고 공식화한 후 ‘마지막 관람’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실제 현재 청와대는 ‘핫플’이 되고 있다. 평일 기준 1만 명을 조금 넘던 관람객 수가 대선 후 하루 정원 2만2000명을 거의 채우고 있다.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관람객 수는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서 폭증했다. 비상계엄이 있었던 지난해 12월만 해도 청와대 관람객 수는 총 9만 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난 4월 26만 명으로 훌쩍 뛰었고, 지난달에는 42만 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사이 4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청와대 주변 상인들은 대체로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지난 4일 문화일보와 만난 정흥우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상인연합회 회장은 “청와대 인근 상권을 지탱하던 1000여 명의 청와대 직원들이 돌아온다면 상권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개방 이후 직원들이 한 번에 떠난 탓에 개방 초기 기대와는 다르게 상권이 위축됐다는 게 이 일대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는 주장이다.

7. 이전 반대의 한 논거인 청와대의 문화재적 가치는?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은 청와대(경복궁 후원) 권역이 국민에게 전격 공개된 지난 2022년 기초조사연구를 실시했다. 2022년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연구 결과, 청와대 권역에서 고려·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층위의 흔적이 발견됐다. 국가유산청은 체계적 보존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청와대 권역 담장은 경복궁 후원 궁장(궁궐 담장) 위치와 일치한다. 이를 토대로 한 8곳의 지표조사에서 고려와 조선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확인됐다. 고려시대에는 남경의 이궁(왕궁 밖 별궁), 조선시대에는 경복궁 후원으로 사용됐고 조선 후기인 1860년대 경복궁을 중건한 고종이 청와대 권역을 창덕궁 후원과 유사한 기능을 갖춘 곳으로 조성하려 했다고 알려진 것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당시 연구진은 “정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시굴 조사 범위를 설정하고 유물 흔적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으나 청와대의 관리주체가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된 후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8. 집무실의 세종 이전 가능성은?

이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최종적으로 세종으로 옮길지도 여전히 관심사다. 이 대통령은 10대 공약의 여섯 번째 과제로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제시하면서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임기 내 건립하고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되면) 일단 용산 대통령실을 쓰다가 청와대에 다시 들어가는 게 좋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세종이 마지막 정착지”라고 밝혔다. 만일 이 대통령이 세종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한다면 역대 세 번째 시도에 해당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임시행정수도 구상은 1979년 10·26 사태로 전면 중단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공약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가로막혔다. 윤석열 정부 당시에도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분원 성격의 세종 제2 집무실 건립을 추진했지만, 현재 진척은 없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올해 상반기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 집무실 등을 포함해 국제 설계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시장은 집무실의 세종 이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당선 후 세종 집무실 가능성이 거론되자, 세종 지역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최근 대선 정국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9. 세종 이전 걸림돌은 무엇인가?

개헌 사항이라는 점이다.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공약은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좌초됐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대한민국 수도가 서울이란 점은 불문의 관습 헌법이므로 헌법 개정 절차가 없으면 수도 이전은 안 된다는 게 헌재의 결론이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개헌을 추진하면서 수도 이전 조항을 담았다. 2018년 5월 국회에 제출했던 헌법 개정안 3조 2항에는 ‘대한민국의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문구가 들어갔지만, 이 안은 한 번도 국회에서 정식으로 논의되지 않고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 대통령이 임기 중·후반 개헌을 추진한다면, 수도 이전 조항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관건은 여론이다.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받지 못하면 개헌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여론조사에선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보다 우세했다.

10. 세종으로 또다시 대통령실을 옮기면 청와대는 어떻게 활용되나?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상징성을 주목하고 있다. 74년간 역대 대통령의 업무 공간인 점을 활용, 단순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청와대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고,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브랜드 가치가 크다”며 “앞으로 세종시로 행정수도가 이전되더라도 청와대는 국가적 행사나 의전을 위한 대통령실 공간으로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청와대가 지리적,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장소임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기은 기자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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