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열기를 식히고 차분함과 냉정함을 되찾을 때다. 우리 사회 원동력이 여러 군데에서 발현되고 있지만, 정치적 관심과 에너지도 그중 하나다. 이 에너지 덕에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지나친 양극화는 적잖이 우려스럽다. 이러한 열기와 에너지를 어떻게 조화, 승화시키느냐가 미래를 가를 중대한 과제다.
평정과 관용의 미덕으로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할 우리에게 국명숙의 그림이 조그마한 위안과 권면(勸勉)으로 다가온다. 기운생동의 환상적 필치에 관조를 곁들인 효과의 결합이 돋보이는 몽환적 화면이 감각적으로 눈길을 끈다. 들숨보다는 날숨에 역점을 둔 심호흡의 흔적이 감정의 동요를 적절히 제어해 준다.
먹이 물기를 먹은 바탕에서 퍼지는 발묵 효과 같은 것이 물의 이미지를 연상시켜 주고 있다. 노란 궤적을 남기며 섬광처럼 스치며 지나간 선분에서 흡사 계영배(戒盈杯)의 선 같은 느낌이 문득 든다. ‘과유불급’이라거나 ‘고르기가 물처럼(平如水)’ 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명심해야 할 금언이 아닐까.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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