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 중앙대 명예교수·법학

 

대법관 14명→30명 확대 입법

현 정권의 증원 독점이 큰 문제

그래도 안 되면 헌법재판 제기

 

헌재 결정은 국민주권委 심의

3단계 가동 땐 인민재판 방불

삼권분립 허물면 반드시 타락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대법관 수가 몇 명이든 큰 상관이 있겠나 싶지만, 이번 정권 내에 16명이 증원된다는 점이 문제다. 민주당이 선호하는 인물들이 대법관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게 확실하다. 그들은 이번에도 법관 경력이나 평판보다 원하는 방향으로 법 해석을 해줄 능력을 높이 살 것이다. 다들 궤변이라고 황당함을 토로했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무죄를 선고했던 판사들의 앞선 판단이 놀라울 뿐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2명도 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그래도 재판관 성향을 보면 헌재가 완전히 그들 원하는 대로만 답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우려한 민주당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헌재에 ‘국민주권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일반 국민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서 헌재의 결정이나 절차의 적정성에 대한 심의를 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지만, 누가 위원을 하는지에 따라 위원회의 운영은 얼마든지 민주적이지 않을 수 있다.

1단계로, 민주당 성향의 판사를 대거 대법관으로 기용해 대법원을 장악한다. 2단계로, 혹시 대법원이 말을 안 들을 경우 대법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이 가능케 한다. 3단계로, 헌법재판소가 자신들의 의도와 달리 판단하려 하면 국민주권위원회를 가동해서 막는다. 이 정도가 되면 인민재판이다.

좌파는 본래 태생적으로 법치주의를 싫어한다.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인 사법기관을 통제해야 한다는 말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그것이 민주적 통제라나.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인사가 마음대로 모든 결정을 하는 것인 듯하다. 민주주의란 국민의 의사에 따라 국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정치체제다. 대의민주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선출된 이가 국민의 뜻을 정책에 잘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썬 선출된 사람이 국민의 의사를 외면하는 이른바 ‘선출된 자의 왜곡’ 현상이 있어도 시정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대의민주제는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함을 전제로 이용하는 차선책이다. 국민의 의사를 국가 정책에 잘 반영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을 선출해서 권력을 위임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잘할 줄 알고 뽑아 놨는데 아니면 어쩌는가. 다음에 뽑지 않으면 된다는데 다음에도 다 그런 부류들만 출마하면 또 어쩌겠는가. 국민의 의사가 어떻든, 나라야 망하든 말든 사욕을 채우는 이들이 국민의 대표라고 앉아 있다면 어찌하는가.

권력을 이용해서 사욕을 채우는 일은 대부분 범죄에 속하게 된다. 그래서 최소한 법치주의는 유지돼야 범죄를 막고 국가의 존립을 수호할 수 있다. 국가권력이 독점되면 반드시 부패하기 때문에 삼권분립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 가운데 사법부는 법률 전문가로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함으로써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법치주의가 무너지면 국가도 나락에 떨어질 것이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세력이 민주적 통제라는 미명 아래 사법기관의 판단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면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종말이다.

집권 세력이 무슨 일을 하든 형사처벌을 안 받게 되면 이권을 챙기기 위해 못 할 일이 없어진다. 누군가 그들의 비리를 지적하면 곧바로 사법기관을 동원해 그를 옥죈다. 사법부 스스로 이미 권력의 하수인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국민의 의사가 기준이 되는 민주주의와 점점 더 멀어지는 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을 지지한 사람이 더 많았다. 국민이 바보일까. 양대 정당이 하는 것을 보면 유권자로서 열불이 난다. 국민의 수준보다 정치인의 수준이 훨씬 더 문제다. 이번 선거는 계엄령 선포 때문에 대통령이 탄핵됨으로써 치러졌다. 아무리 갑갑하더라도 군대를 동원해서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곤란했다. 계엄에 대한 반감은 오랜 군사독재를 경험한 국민에겐 당연한 일이다. 군사정권의 주축이었던 정당이 우리의 대안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독재 타도’를 했다면서 그 독재정권을 닮아가는 정당은 더욱 아니다.

김성천 중앙대 명예교수·법학
김성천 중앙대 명예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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