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표한 이호열 주쿠바대사

고 본다르 상병 묘소 찾아 추모

8일 이호열(오른쪽) 주쿠바 한국대사가 쿠바 과나바코아에 위치한 아이작 본다르 상병 묘소를 참배한 뒤 재쿠바 유대인협회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쿠바 한국대사관 제공
8일 이호열(오른쪽) 주쿠바 한국대사가 쿠바 과나바코아에 위치한 아이작 본다르 상병 묘소를 참배한 뒤 재쿠바 유대인협회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쿠바 한국대사관 제공

주쿠바 한국대사관이 한국 정부를 대표해 미군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쿠바 출신 용사를 처음으로 공식 참배했다.

9일(현지시간) 주쿠바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호열 대사는 전날 수도 아바나 외곽 과나바코아 지역에 위치한 유대인 묘지를 찾아 6·25 참전 용사 아이작 본다르(Isaac Bondar) 상병 묘소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재쿠바 유대인협회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이 대사는 추모사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고인의 고귀한 희생을 바탕으로 오늘날 한국은 번영된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본다르 상병을 대한민국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희생정신을 기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2월 14일 이전에는 양국이 미수교 상태였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쿠바 내 6·25 참전용사 묘지를 공식적으로 참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쿠바 한국대사관과 미국 전사자 추모 온라인 사이트 ‘아너스테이츠’ 등을 종합하면 본다르 상병은 1928년 8월 15일 쿠바에서 태어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던 중 미군 45보병사단 소속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전장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중상을 입어 23세던 1952년 5월 29일 전사했다. 그의 유해는 1952년 9월쯤 쿠바로 옮겨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피델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혁명이 발생한 1959년 이전까지 쿠바는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를 고려할 때 본다르 상병의 사례처럼 미군 소속으로 6·25전쟁에 함께한 쿠바 출신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쿠바가 국가 차원에서 파병한 것은 아니어서 한국 국가보훈부에서 정리한 참전국 명단에는 등록되지 않았으며, 물자지원국 중 하나로 올라와 있다. 주쿠바 한국대사관은 재쿠바 유대인협회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참전 용사 추모 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정지연 기자
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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