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의 경영을 더욱 위축시키는 내용으로 재발의한 상법 개정안을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는 하다. 하지만 “(취임 후) 2∼3주 안에 처리할 것”이라 공언했다고 속도전 양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집권 초반 반(反)기업 입법에 치중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선 직후 발의된 상법 개정안은 기업들이 준비할 유예 기간도 없이 ‘법 공포 즉시’로 규정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도 3%로 제한하는 등 기존 법안보다 규제가 더 강화됐다. 지난 정부에서 폐기됐던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것이 골자다. 소액주주 이익 보호가 명분이지만, 이들이 회사의 경영 판단에 개입할 여지가 커진다. 소송 남발이 우려되고, 결과적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지난 4월 국회 통과 당시 8개 경제단체가 나서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던 이유다. 상장기업으로 한정하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이라는 대안도 나와 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은 물론, 지자체마다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대형마트 휴업일을 법정 공휴일로 다시 못 박는 유통산업발전법 ‘퇴행 개정’에도 나섰다.
이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전인 12∼13일 재계 총수 및 주요 경제단체장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벌이는 관세 전쟁과 관련해 산업계의 방안을 청취하고, 일자리 창출과 투자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열흘이 안 돼 만날 정도로 기업 역할을 중시하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재계가 반대하는 법안 처리를 여당이 벼르는 상황에서, 이번 회동은 호소가 아닌 손목 비틀기로 비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기업 주도 성장’을 강조해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3월 경제살리기 10대 과제에서도 상법 개정안 재고를 건의했다. 지금 화급한 일은, 정부와 기업의 협력 구조를 만들고 문제를 공동 해결하는 민관 협력 거버넌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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