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기치로 내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통화를 한 뒤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통화를 했다. 미국·일본 중심으로 국익 외교를 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적 외교 방향성이 드러난 것이다. 중국보다 일본 정상과의 통화를 앞세움으로써 “셰셰” 논란으로 증폭된 친중(親中)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과거 이 대통령이 언급했던 “한미일 군사훈련은 국방 참사이자 극단적 친일 행위” “미군은 점령군” “더러운 평화” 등의 인식과 접근법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통화에서 “오늘날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 관계 중요성이 더욱 증대했다”고 했는데 올바른 인식이다. 북·중·러 밀착이 가속화하면서 경제 및 안보 측면에서 한일 협력 필요성은 전방위적으로 커지는 상황이다. 일본 외무성은 정상 통화 후 “한일 관계, 한미일 협력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한일 양측은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당국간 소통을 강화키로 했다”고도 했다. 오는 15∼17일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 및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그러나 한일 관계의 복병은 늘 과거사 문제였다. 일본 측이 이번 통화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비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0년 이상 ‘위안부 문제’는 한일 관계의 발목을 잡아왔다. 이 대통령도 일본 출연금 문제 해결 등 화해치유재단의 완전한 청산을 공약했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결코 잊어선 안 되지만, 이제는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 한일 경제·민간 교류를 보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언급한 ‘유럽연합(EU) 같은 경제공동체’가 신기루만은 아니다. 한·일 재계에서는 한일자유무역협정(FTA) 및 한국의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을 제기한 상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1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