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프로야구 44년째…‘감독 대행’의 역사

 

두산 조성환 역대 81번째 대행

삼미 이선덕 ‘1호 임시 지휘봉’

 

한화 최원호는 ‘114경기 최장’

KIA 유남호 ‘5차례 대행’ 최다

 

‘감독 대행→정식 계약’ 15명뿐

대부분 한시적 대행에 머물러

왼쪽부터 조성환, 최원호, 이종운, 김태균.
왼쪽부터 조성환, 최원호, 이종운, 김태균.

KBO리그 역사에 또 한 명의 ‘감독 대행’이 추가됐다. 지난 2일 두산을 이끌던 이승엽 전 감독이 자진해서 사퇴했고, 두산은 조성환 퀄리티컨트롤 코치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겼다. 감독 대행은 감독이 임기 도중 건강상의 이유로 자리를 비우거나 팀을 떠났을 때, 차기 감독이 부임할 때까지 대신 팀을 지휘한다. 조 대행은 KBO리그 역대 81번째 감독 대행 사례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44년째를 맞은 올해, 역대 KBO리그 감독 대행 역사를 살펴봤다.

프로야구 1호 감독 대행은 삼미 이선덕 코치였다. 프로야구 출범 해인 1982년 4월 26일, 삼미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박현식 감독을 단 13경기 만에 해고했고, 4월 27일부터 이선덕 당시 투수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 그러나 삼미는 이 대행 체제에서 12승 55패(승률 0.179)로 더 부진했고, 승률 0.188(15승 65패)로 시즌을 마쳤다. 승률 0.188은 역대 최저승률로 남아 있다. 해태(현 KIA)도 1982년 원년 13경기 만인 4월 28일 김동엽 초대 감독을 경질하고 다음 날 조창수 코치에게 감독 대행을 맡겼다. 단 하루 차이로 감독 대행 1호와 2호의 운명이 갈렸다.

역대 KBO리그에서 가장 많이 감독 대행을 둔 팀은 롯데다. 지난해까지 총 15차례나 감독 대행을 뒀다. 이 중 경질 또는 자진 사퇴로 대행을 맡은 사례는 8차례. 강병철·도위창·김명성·우용득·김용희·김용철·공필성·이종운 코치가 중도 경질 혹은 사퇴 후 팀을 이끌었다. 롯데에 이어 KIA(해태 포함)와 LG(전신 MBC 포함)가 각각 9차례나 감독 대행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겼다.

반면 2015년 1군 무대에 뛰어든 KT는 단 1차례에 그쳤다. 특히 KT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질 또는 사퇴 등으로 감독 대행을 두지 않았던 팀이다. KT에서 유일한 감독 대행 사례는 지난 2022년 6월 20일 이강철 감독이 맹장염 수술로 팀을 잠시 떠났고, 김태균 대행이 그해 6월 21일부터 25일까지 닷새간 팀을 이끌었다.

김태균 코치의 사례처럼, 프로야구 감독 대행의 역사에서는 1군 사령탑의 개인 사정에 따른 ‘한시적 대행’이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2020년 6월 경기 도중 쓰러진 염경엽 SK 감독을 대신해 박경완 대행이 임시 지휘봉을 잡은 것이 대표 사례다. 당시 박 대행은 2020년 6월 26일부터 8월 31일까지 팀을 맡았다. 염 감독은 9월 1일 복귀했지만, 6일 다시 건강이 악화돼 팀을 떠났다. 박 대행은 9월 8일부터 다시 임시 지휘봉을 잡아 2020시즌 끝까지 팀을 지휘했다.

1997년 삼성도 1군 사령탑이 건강 이상으로 두 차례 자리를 비웠다. 백인천 감독이 1997년 6월 28일 극도의 스트레스에 따른 고혈압과 뇌출혈로 쓰러졌고, 조창수 수석코치가 대행에 올랐다. 백 감독은 8월 1일 복귀 후에도 계속 건강이 좋지 않아 결국 9월 3일 LG와의 더블헤더 1차전이 끝난 뒤 “건강을 위해 요양하겠다”라며 팀을 떠났고, 조 대행이 더블헤더 2차전부터 다시 1군을 맡았고, 백 감독 대신 플레이오프까지 선수들을 이끌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KBO리그 사령탑 대행의 역사에서 ‘감독 대행’으로 최장 기간 팀을 이끈 이는 최원호 전 한화 감독이다. 2020년 6월 8일 중도 경질된 한용덕 감독에게 바통을 넘겨받아 114경기를 치렀다. 당시 최 대행은 1995년 김우열 감독 대행(쌍방울·102경기)을 넘었다. 최 대행은 이듬해 2군으로 내려갔지만 2022년 퓨처스(2군)리그에서 한화의 우승을 이끈 뒤 2023년 5월 중도 경질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뒤를 이어 한화의 13대 감독에 올랐다. 한화에선 100경기 이상 지휘한 사례가 또 있다. 2017년 김성근 전 감독이 43경기 만에 사퇴한 뒤 이상군 대행이 101경기를 맡았다. 역대 최장기간 4위의 기록이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감독 대행으로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인물은 유남호 전 KIA 감독. 무려 5번이나 감독 대행을 경험했다. 그런데 유 대행은 1998년 9월 4일, 1999년 5월 1일, 2000년 9월 1~3일, 2000년 10월 5일처럼 ‘하루 천하’ 혹은 ‘사흘 천하’가 많았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다혈질인 김응용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하다 퇴장당하면 그 자리를 메울 사람이 필요했고, 구단은 유 대행에게 팀을 맡겼다.

역대 감독 대행 81번의 사례 가운데 ‘대행’ 꼬리표를 떼고 감독으로 정식 계약한 인물은 총 15명밖에 없다. 이는 대부분 전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팀을 떠난 뒤 지휘봉을 이어받기 때문. 그러나 최근 전임 사령탑의 사퇴 혹은 중도 경질로 임시 지휘봉을 잡은 뒤 정식 1군 사령탑으로 계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강인권 전 NC 감독과 박진만 삼성 감독이 대표적이다. 강인권 감독은 2022년 5월 10일 팀을 떠난 이동욱 전 감독을 대신해 팀을 맡아 111경기에서 5할 승률(58승 3무 50패)을 남겼고, 이듬해 정식 1군 지휘봉을 손에 넣었다. 박진만 감독도 2022년 8월 1일 팀을 떠난 허삼영 감독을 대신해 1군을 맡아 승률 0.560(28승 22패)을 기록해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했다.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 7월 김성한 감독의 대행으로 나선 유남호 대행은 45경기에서 26승 1무 18패(승률 0.591)라는 좋은 성적을 올린 뒤 KIA를 준플레이오프까지 이끌었고, 이듬해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다. 2001년 5월 LG 이광은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성근 대행은 잔여 경기 49승 7무 42패로 승률 5할(0.538)을 넘기면서 다음 시즌 1군 감독이 됐고, 이듬해 LG를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았다.

정세영 기자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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