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직장을 다니고 있는 30대 후반 남성입니다. 어느덧 직장 생활도 10년차에 접어들었고 결혼도 하고 유치원생 자녀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크게 받은 일은 없지만 항상 삶의 무게를 느끼고 살면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소화도 잘 되지 않고 어깨도 아프고 두통도 자주 생기는 등 몸 여기저기가 편치 않습니다. 내과와 통증의학과에서 여러 치료를 받아 봤지만 그때뿐이었어요. 알 수 없는 몸의 불편함은 지속돼 기분도 좋지 않습니다. 얼마 전 다니던 내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가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몸이 아픈데 왜 정신건강의학과를 가야 하는 건가요?
A : 마음이 힘들때 몸으로 신호 보내… 심리적 안정부터 찾아야
▶▶ 솔루션
몸이 보내는 신호는 마음이 아플 때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입니다.
과거엔 몸이 아픈 것과 마음이 힘든 건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했지만 현대정신의학에선 몸과 마음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봅니다.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등 정신적 문제는 몸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반대로 몸이 아플 때 정신건강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신체화 증상(somatization)’이라고 합니다.
신체화 증상은 몸의 자율신경계가 과도하게 반응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과 불안한 감정은 우리 몸의 교감신경을 활성화합니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심박수가 증가하고 몸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소화 기능은 떨어집니다. 근육도 수축되면서 통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선 부교감 신경이 자연스럽게 조절하면서 균형을 맞추지만 스트레스가 많을 때는 이 기능이 떨어져 신체 증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의 불균형도 몸의 증상에 영향을 줍니다. 이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면 감각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만성적인 근육 통증이나 두통, 소화불량과 같은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몸의 반응은 정신적인 문제의 반응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에 맞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부정하고 억누르면 결국 몸의 불편감으로 올라옵니다. 내 마음 상태를 조금 더 들여다봐야 몸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몸에서 느끼는 긴장을 낮추는 명상이나 요가 심호흡과 같은 이완 요법을 추천합니다. 이런 과정은 항진된 교감신경을 진정시키고 불안을 낮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세 번째는 운동을 해보는 걸 권합니다. 특히 걷기와 달리기는 많이 도움 됩니다.

이 같은 운동은 뇌에서 세로토닌과 엔도르핀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몸의 긴장을 완화하고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주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방식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야 합니다. 결국 몸이 아픈 것이지만 뇌의 병인 만큼 적절한 약물 치료를 통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증상들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별개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마음이 힘들 때 몸으로 신호를 보내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알 수 없는 신체 증상이 이어진다면 무시하지 말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 바랍니다.
차승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법제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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