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안 인터뷰 -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中企 영업익, 대기업 절반도 안돼

자원 효율화 기업 인센티브 설계

자영업자 사업전환·취업지원 등

라이프 사이클 맞춤형 정책 절실

 

스톡옵션 지급 등 기업성과 공유

청년층 중시하는 워라밸 실현 등

기업가 정신 돕는 정부정책 필요

파산 전 선제적인 지원도 연구 중

조주현(가운데)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이 지난 9일 서울 동작구 연구원 3층 중회의실에서 임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동현 기자
조주현(가운데)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이 지난 9일 서울 동작구 연구원 3층 중회의실에서 임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동현 기자

우리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장에서는 외환·금융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법인 파산신청 건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소기업 연체율은 2.75%로 대기업(0.03%)보다 91.7배 높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 기간 중소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60.5%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열 중 여섯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얘기다.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중기 정책의 핵심 싱크탱크인 중소벤처기업연구원(중기연)의 조주현 원장에게 기업 생존력을 살릴 수 있는 정책 방향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중기연이 법정 연구기관으로 지정된 지 만 4년을 맞은 지난 9일 서울 동작구 중기연 3층 중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조 원장은 “중소기업은 우리 산업 성장의 역사에서 굉장히 큰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만 했다면 우리나라는 이만큼 선진국이 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 정책을 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일 출범한 새 정부의 파격적인 중기 공약에 대한 견해도 냈다. 인터뷰에는 중기연의 이동주 부원장과 최수정 연구본부장이 함께했다.

―우리 중소기업의 현주소는.

“전체적인 국가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끌어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대기업 절반이 채 안 된다. 2023년 한은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23%로 대기업 평균(12.57%)에 비해 현저히 낮다. 여기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변화도 엄청나 굉장히 막막해하고 어려워한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탓에 기업가 정신 역시 살아날 수가 없다. 자원을 통틀어 투자하고 위험을 감수해 뭔가를 해보겠다는 도전 의식을 펼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거다. 대체로 현상 유지하면서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아니면 아예 업체 문을 닫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들 하고 계신다.”

―죽어가는 업황을 살릴 중소기업 정책은 뭐라고 보나.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절실하다. 경제 성장률이 1%가 안 된다는 건 현상 유지조차 힘든 기업이 매우 많다는 거다. 현 사업을 접고 새로운 걸 모색하는 ‘출구 전략’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관점에서 새 정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예컨대 자영업자의 경우 새 사업을 하도록 지원한다든지 취업으로 전환시켜 준다든지, 혹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유휴자원을 효율화하려는 기업에 인센티브 설계를 해준다든지. ‘출구 전략’의 지원 체계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지원이 과해지면 좀비기업을 양산한다는 비판도 있다.

“지원을 위한 지원이 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지원이라는 단어의 뜻이 굉장히 넓다. 정책에서 쓰는 용어가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제가 좀 전에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는데. 여기서 때에 따라 보조금, 세제 혜택, 융자 지원, 투자 형태 등으로 나가게 될 텐데 이걸 다 똑같이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볼 수는 없는 거다. 지원하면 기업이 그에 상응하는 투자를 해서 혁신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있다. 한편으로는 지원해주는 대신 비용이 보전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쪽에만 방점을 두게 되면 좀비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다. 지원하고자 하는 목적과 방식이 굉장히 분명해야 한다. 부작용에 대한 지표도 관리해야 한다. 지원할 기업을 선별하는 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와 부작용이 없는지 등을 연구하는 게 저희 기관에서 하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중소기업 인력난에 대해 묻자, 이 부원장이 답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정치적인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여전히 쉽지 않은 난제”라며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했다. 저임금으로 중소기업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자긍심을 갖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이 부원장은 “우리나라는 임금이 사회적 위치를 의미하다 보니 중소기업 근로자라 하면 ‘루저’(loser·패배자)의 콘셉트가 청년들 사이에 팽배하다”며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것이 루저의 개념이 아니라 본인의 성장과 미래를 위한 또 다른 노역의 하나라는 인식을 대국민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하나.

“새 정부도 임금 격차 부분을 어떻게 줄일지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 수준을 따라가기 어렵겠지만, 일정 정도 본인의 부의 형성에 나아지는 사례를 많이 찾아서 보여줘야 한다. 한때 창업 활성화를 위해 말로만이 아닌 중고등학생에게 체험도 시키고 꾸준히 해오다 보니 어느 순간 창업이 획기적으로 늘고 창업대국이 됐듯 오랫동안 대국민적인 관점에서 꾸준함을 갖고 사례를 발굴해 전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다. 요즘은 ‘워라밸’이 중요한 만큼 청년들의 눈높이를 어떻게 맞춰갈 것인가에 대한 중소기업 사업주의 관심과 노력 역시 필요하다. 일부 성공한 중소기업을 보면 스톡옵션을 주는 식으로 성과를 공유해 괜찮은 기업으로 소문난 곳들이 있다. 정부의 관점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갭을 어떻게 보전해줄 것인가, 또 복지제도를 공동의 인프라를 통해 운영할 수 있게 한다든가 하는 정책적인 노력 역시 필요하다.”

―벤처캐피털(VC) 시장까지 침체돼 살길이 더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

“투자할 만큼 매력적인 기업이 잘 없다. AI 시대 중소기업들이 전통 제조업을 벗어나 신분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투자 시장이 살아날 거다. 또 한편으로는 초기·중간·최종 등 단계별 투자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있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지방은 더 심하다. 유기적인 투자가 이뤄지도록 체계를 짜면 VC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기업-중기업-중견기업-대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다.

“‘성장 사다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오랫동안 정책 목표로 추진해왔고, 지금도 상당히 중요한 정책 중 하나다. 성과도 있었다. 디지털화 시대에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중소기업들이 그 예다. ‘성장 사다리’의 핵심은 시장이다. 시장이 커지면 거기에 맞춰서 기업들이 성장한다. 그런데 우리 전통 제조업은 국내 시장에 한정돼 있고 구매자도 대기업 소수에 한정돼 있다 보니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적으로 신산업이 계속 생겨나고 있어서 성장의 기회는 사실 계속 제공되고 있다. 단지 중소기업이 그 기회를 어떻게 확보하고 성장해나갈 것이냐는 전략을 스스로 고민하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서 도전해야 하는데, 최근 분위기는 침체돼 있다. 정부는 시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금융·인적·정보기술(IT) 자원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서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집중할 연구 계획은.

“우리가 사는 환경 자체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가 중소기업에 가져오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중장기적으로 계속해야 한다. 예컨대 인력 문제를 보면 옛날엔 ‘중소기업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아예 인구 절벽 문제로 다가와서 차원이 다른 문제가 돼버렸다. 또 옛날에는 ‘지방에서 중소기업 하기 힘들다’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지방 소멸을 얘기하는 시대가 됐다. 그리고 옛날엔 자유무역주의 기반에서 글로벌 시장에 나가면 된다고 했는데, 이제는 보호무역주의로 다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성장까지 겹치는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중소기업 정책을 염두에 둔 일종의 ‘경제 모형’이 필요하다. 여기에 맞는 패널 조사라든지 통계 조사 방법론이 총괄적으로 짜여 있어야 정책이 바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세제를 개편해 민간 자본이 신산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관심사다.”

최 본부장은 사전적 구조조정 제도 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업이 지금 구조조정을 하려면 파산 단계까지 가지 않고서는 채무자·채권자 관계 등이 정리가 잘 안 된다”며 “채무자인 중소기업의 경우 채권자인 금융기관과 협의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어, 해외 제도를 보면서 파산 전에 선제적으로 도울 수 있을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때 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 패키지 설계한 ‘중기 정책통’

■ 29년간 중기 현장서 공직생활

 

비대면 사회 서류심사 못하자

국세청 데이터 활용 적극 지원

29년간 중소기업 현장에서 공직 생활을 이어온 조주현(사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중기연) 원장은 ‘중소기업 정책통’으로 불린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지난 1996년부터 2023년까지 중소기업청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근무했다.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중기정책실·창업벤처실 국장, 소상공인정책실장, 중기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중기연 원장으로는 지난해 9월 취임했다.

조 원장은 특히 차관 발탁 전까지 소상공인정책실장으로서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손실 보상을 위해 밤낮없이 뛰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당시 국세청 데이터를 받아 긴급 금융지원, 손실보상, 임대료 지원 등 종합 패키지를 설계했다. 세무 행정이 아닌 곳에서 국세청 데이터를 활용한 최초의 사례다. 그는 지난 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당시를 회상하며 “갑자기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서류 심사가 아예 불가능해졌다”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잠을 거의 못 잤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내놓은 해결책이 국세청 데이터를 받아서 지원 기준을 만들었던 것”이라며 “소상공인 매출이 얼마 줄어서 영향이 크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따로 안 받아도 되게 됐고, 일주일 사이 집행률이 60∼70%를 넘어섰다”고 했다. 조 원장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지원이 필요한 소상공인 연락처를 확보했다”며 “본인 확인 방식에 있어서는 핀테크를 활용해 최소한의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집행 측면의 부처 현장에서 28년간 뛰다 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연구원 책임자로서 활동하는 데 있어 그는 “상호보완적”이라며 “집행 현장을 경험한 만큼 정책이 현장에 더 잘 작동하도록 도우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중기연은 정부보다는 좀 더 중장기적인 고민에 힘쓴다”며 “정책 방향이 맞는지에 대해 계속 정부에 건전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자체적인 연구 품질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데, 다른 정책 연구기관에 비해 비교적 취약한 부분이 있다”며 “재정의 규모와 구조 등 측면을 개선, 중소기업 정책의 중장기 방향을 안정적으로 연구하고자 한다”고도 덧붙였다.

△1969년 대전 출생 △대전 대성고 △서울대 외교학과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미국 델라웨어대 행정학 박사 △행시 38회 △대통령비서실 중소기업비서관실 행정관 △중소벤처기업부 중기정책실·창업벤처실 국장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

이예린 기자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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