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르주 프랑스시인협회장, ‘오두막의 나막신’ 등 2권 출간
“시 통한 다양한 문화교류는
형제애·평화정신 고양시켜
한국인들 시 능숙한 것 알아
프랑스인이 배워야 할지도”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를 쓰는 데 시간을 보냅니다. 세상에 더 많은 우정과 사랑이 흐르기를 바라며.”
프랑스시인협회장인 장-샤를 도르주(Jean-Charles Dorge·71·오른쪽 사진) 시인은 문화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이 시를 쓰는 까닭을 명확히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시집 ‘오두막의 나막신’을 펴냈다. 동시에 ‘프랑스 고전시 선집’도 출간했다. 두 시집 모두 김진하 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김 교수는 “동시대 프랑스 시인의 시를 한국 독자들이 접하는 것은 귀한 경험”이라며 “그의 시집에서 프랑스인과 한국인이 공유하는 시의 근원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시집 발문을 쓴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서정시가 본질적으로 견지하는 사랑의 마음을 통해 많은 이들을 위안하고 치유해준다”고 평했다.
시집 ‘오두막의 나막신’은 첫 번째 시부터 그런 특징이 뚜렷하다. ‘그대, 내게 하나뿐인 아름다움, 사랑 가득한 마음/부당한 괴로움에서 또 그 비슷한 은총까지/먼 길을 돌아온 뒤에 내게 나타나서는/포도 넝쿨 위 금빛처럼 환히 빛났지.’(시 ‘엘레나에게’ 중)
도르주 시인은 한국에서 자신의 시집이 출간된 것을 크게 기뻐했다. “시를 통한 다양한 문화 간 교류는 인류 사이에 형제애와 평화의 정신을 증진시키니까요.”
그는 이번에 함께 출간한 ‘프랑스 고전시 선집’에서 한국 독자들을 위해 각운 등을 통해 소리의 음악성을 살리는 자국 정형시의 특징을 쉽고 간결하게 해설했다. 프랑스 고전시의 주요한 형식인 소네트(Sonnet), 발라드(Ballade), 롱도(Rondeau)의 특성을 설명하고 대표 작품을 골라 선보였다. 프랑수아 비용(1431~1463)의 ‘옛 시절 귀부인들에 대한 발라드’(발라드), 클레망 마로(1497~1544)의 ‘늙은 남편을 둔 젊은 부인’(롱도), 알프레드 드 뮈세(1810~1857)의 ‘조르주 상드에게 3’(소네트) 등이다. 당대 유행한 소네트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운율로 독특한 정형시를 이뤄낸 빅토르 위고(1802~1885)의 작품 ‘그녀는 맨발에 헝클어진 머리로 … ’ 등도 만날 수 있다.
이 시선집에 대해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낸 유자효 시인은 “우리 한국인들이 근대 초기에 최초로 만난 서양시가 프랑스의 정형시였다”며 “한·불 수교 140주년을 앞두고 도르주 시인이 고전시 선집을 한국에서 출간한 것은 양국 문화와 정신사에 큰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도르주 시인은 그런 평가에 고마움을 표하며, “이번 시집 발간은 유 시인의 친구인 조홍래 한불문화교류센터 이사장의 요청 때문에 가능했다”며 “그의 협력이 없었다면 이 번역 시집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도르주 시인이 언급한 것처럼 조홍래 이사장은 작년 파리에서 한불문화교류센터를 설립하고, 양국의 문화 교류에 힘썼다. 특히 프랑스에 한국의 시를 소개하는 데 앞장섰다. 프랑스시인협회가 한국시인협회와 함께 ‘한국 현대시 100선’을 출간하도록 주선한 것도 조 이사장이었다.
1902년 창립된 프랑스시인협회는 프랑스에서 권위를 크게 인정받는 문학단체이다. 회원은 700여 명이며 분기별로 기관지 광장(Arago)을 발행한다. 매년 사화집도 만들며 시 콩쿠르와 프랑스어권 청소년 백일장도 실시하고 있다. 도르주 시인은 2016년부터 10년째 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한국인이 프랑스어를 배우며 고전적 양식으로 시를 쓰고 싶다면, 고정된 형식에 대입시킬 필요는 없지만 시행 끝의 각운 사용법 등 일반 규칙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인이 시문(詩文)에 능숙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음을 드러냈다. “시는 간결하게 표현돼야 한다는 점을 한국인들에게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프랑스인들이 한국인들에게서 배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장재선 전임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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