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골프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하기 위해 각국 정상 중 골프채를 잡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각계에 자문한 결과, 골프로 친밀감을 쌓는 방법이 가장 유용하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당장 라운드는 어렵지만, 지난 6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국 국기가 새겨진 퍼터를 선물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트럼프와 친분을 쌓기 위해 10년 동안 끊었던 골프를 다시 시작할 것인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고교 시절 골프부에서 활동했던 이시바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1기 트럼프 시대에 5차례나 라운드를 함께하며 친분을 쌓았던 전례에 비춰 ‘통상 전쟁’에 대처하기 위해선 트럼프와 친밀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당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1000만 원을 호가하는 일본산 혼마 드라이버를 선물했다. 트럼프 2기에서는 지난 3월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라운드를 한 것이 유일하다. 평소 친분이 있던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주선했다.
그러나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남아공 대표 골프 선수인 어니 엘스와 레티프 구센을 동행해 분위기를 잡았지만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라마포사 대통령 앞에서 ‘백인 농부 집단 학살’ 의혹을 제기하며 굴욕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골프 라운드를 함께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골프를 즐겼지만, 이후에는 골프채를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장동 사건과 관련,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호주 출장길에 유동규 씨와 함께 골프를 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핵심 이슈가 됐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 스크린골프연습장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더불어민주당이 집중 제기해 문제가 됐다. 윤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준비하면서 골프채를 잡았다. 이젠 국익을 위해 이 대통령이 관저 연습시설을 이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수준급인 트럼프 대통령과 상대해 오비(OB)는 내지 말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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