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화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명 대통령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외교가 그를 불러냈다. 취임 2주도 안 된 시점에 이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한다. 6개월간 정치 혼란과 비상계엄 사태로 멈췄던 외교의 시계를 다시 움직이는 순간이다. 단순한 복귀가 아닌, 실용외교와 책임 있는 국가의 모습을 보여줄 시험대다.
G7은 세계 경제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협의체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통화 불안 속에서 미국·영국·프랑스·서독이 G4로 출발했고, 이후 일본과 이탈리아가 합류했다. 경제 규모가 작았던 캐나다가 1976년 미국의 지지로 참여해 현 체제가 완성됐다. G7의 문은 단순한 경제력·기술력만으로 열리는 게 아니다. 전략적 신뢰와 공동 가치의 공유가 핵심 조건이다.
시대가 바뀌며 G7은 글로벌 이슈에 대응할 새로운 파트너의 필요성을 절감해 왔고, 한국의 참여 필요성은 줄곧 제기돼 왔다. 방산·반도체·배터리·원전 경쟁력은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응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 대한 기여는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는다. 한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뚜렷하다. 방산 공급, 사이버·우주·인공지능(AI) 기술 협력, 북한 인권 및 대북 제재 이행 등 실질적 과제가 많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회의 참석만으로 얻을 수 없다. 전략·준비·실행이 뒤따라야 하며, 외교는 존재감을 단순히 ‘보여주는’ 게 아니라 ‘구조화하여’ 증명하는 영역이다.
이번 G7 의제는 가볍지 않다. 러·우전쟁, 중동 갈등, 기후위기, AI 기술규범은 물론 미국의 관세정책과 중국 견제, 권위주의 연대에 대한 대응까지 한국의 국익과 직결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회담은 통상과 안보 전략 조율의 기회이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남은 한·일 전략대화를 실용적 접근으로 복원할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이 정회원국이 되기 위해선 단순한 초청을 넘는 외교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확고한 지지, 일본과의 전략적 조율, 유럽 국가들과의 가치 공조가 전제돼야 한다. 한국이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로 인식되려면 실질적인 기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국내 정치논리를 뛰어넘는 일관된 외교가 중요하다. 이 대통령의 과거 발언, 특히 중국과 일본에 대한 입장이 여전히 논란인 만큼 진영을 초월해 실력 있는 외교·안보 전문가를 등용하고, 유능한 외교 관료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 외교의 예측 가능성과 지속성도 이런 구조에서 나온다. ‘정치는 국경 앞에서 멈춘다’는 원칙은 시대와 정권을 막론하고 지켜져야 한다.
G7이 주목하는 것은 단지 경제력이나 기술 경쟁력이 아니다. 이미 입증된 역량을 넘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분명한 태도, 국제 현안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 그리고 주요국들과 전략적 조율 능력이 진정한 평가 기준이다. 이 대통령의 외교는,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 국제질서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시키는 시험대다. 6월 말 열릴 나토(NATO) 정상회의도 자유주의 진영의 핵심 무대로, 한국은 인도·태평양 4개국 자격으로 옵서버로 참여한다. 빠듯하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이유다. 세계는 지금,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와 연대의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나라임을 확인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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