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배치 놓고 법정싸움 비화

뉴섬, 법원에 중단 가처분 신청

法, 긴급명령 거부… 내일 심리

 

트럼프 생일 전국시위 예고에

“엄중한 무력” 강경진압 경고

들불처럼 번진 시위

들불처럼 번진 시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 닷새째인 10일 워싱턴DC(왼쪽 사진), 뉴욕(가운데), 시카고(오른쪽) 등 미국 내 다른 대도시에서도 시민들이 ‘급습을 멈춰라’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뉴욕에서 나가라’ ‘ICE 엿 먹어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 등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이민 당국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시위를 ‘외적의 침공’으로 규정하고 반란법 가동 가능성도 시사하는 등 강경 대응 기조를 재확인했다. 로이터 EPA 연합뉴스

워싱턴 = 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 대응 차원의 군 배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 간 정치적 갈등 양상에서 법정 싸움으로 옮아가게 됐다. LA의 시위는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는 뉴욕 등 10여 개 대도시로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시위를 ‘외적의 침공’으로 규정하고 반란법(Insurrection Act) 가동 가능성도 시사하는 등 강경 대응 기조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인 14일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반(反)트럼프 시위가 예고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10일 SNS에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상대로 불법적인 해병대·주방위군 배치를 막아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미국 군대를 미국 시민들에게 맞서도록 하고 있다”며 “법원은 이 불법적인 조치를 즉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맡은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의 찰스 브레이어 판사는 이날 긴급 명령을 내려 달라는 뉴섬 주지사 측의 요청을 거부하고 양측의 의견을 듣는 정식 심리를 12일 오후 열기로 했다. 미 법무부는 이날 오후 법원에 제출한 짧은 내용의 의견서에서 뉴섬 주지사의 요청이 승인된다면 “국토안보부 인력의 안전을 위협하고 연방 정부의 작전 수행 능력을 방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육군기지 포트 브래그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캘리포니아에서 목격하고 있는 건 평화·공공질서·국가 주권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도시가 외국의 적에 의해 침공당하고 정복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우리는 폭력을 진압하고 법과 질서를 즉시 회복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군 병력이 시위 진압에 직접 나설 수 있도록 반란법을 발동할 것이냐는 질문에 “반란 행위가 있으면 분명히 발동할 것”이라고 답했다.

닷새째로 접어든 LA의 시위는 다소 누그러진 상황이다. 다만 LA시는 도심 야간 통행 금지령을 발동했다. 캐런 배스 LA시장은 이날 통금령은 시위가 격렬한 지역에 선별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LA에 배치된 해병대는 아직 현장에는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고, 뉴욕에서도 맨해튼 트럼프 타워 주변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다 최소 9명이 체포됐다.

전국적인 시위는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인 14일에는 미 전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트럼프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는 뜻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열릴 예정이어서 불법 이민자 단속 시위와 결합될 경우 시위 양상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워싱턴DC에서는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 행사가 열리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과정에서 시위자가 있으면 “엄중한 무력”(heavy force)에 직면할 것이라며 강경 진압을 경고했다.

민병기 특파원
민병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