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연패한 정당이라면 반성과 변화의 몸부림을 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0일 “선거에서 이긴 정당처럼 행동하는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그런 한심한 행태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2년도 안 돼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 참패하고, 이번엔 총선 지역구 득표율(45.08%)에도 한참 못 미치는 득표율(41.15%)로 정권을 넘겨주었다. 그럼에도 친윤과 TK 의원들은 “TK 덕분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주장한다. TK로 쪼그라든 야당에 안주하겠다는 발상과 다름없다. 보수 성향 국민 사이에서도 ‘국민의 짐’이란 개탄이 쏟아진다.

국민이 국민의힘을 걱정하는 것은, 이재명 정권의 독주를 견제할 역량을 갖춘 보수 정당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첫 단추는 실패의 주역인 친윤·TK 세력이 2선으로 물러나는 일이다. 다음으로, 빈자리를 새로운 세력·세대가 메우고, 죽을힘을 다해 국민의 지지를 다시 받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김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후보 교체 파동 당무 감사’ 등 5가지 개혁안은 완벽하진 않지만 바른 접근법이다. 그런데 친윤 세력은 이에 반대하면서 김 위원장 사퇴를 주장한다. ‘탄핵 반대가 당의 뿌리’라는 것이다. 당은 망해도 당권은 놓지 않겠다는 자해극이다. 그나마 재선 의원 15명이 10일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 연장에 찬성 입장을 밝힌 건 다행한 일이다.

최대한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게 정도(正道)다. 당 진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김문수·한동훈·안철수 등 모두 출마해 입장을 밝히고 당원 선택을 받으면 된다. 80만 명 가까운 책임당원의 당심이 전체 민심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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