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부산행 신속 추진에

‘육아부담’ 부부들 중심 불만 커

“대통령실·국회도 멀어 비효율”

 

행정기관 이전 현상 가속화에

공직·부서 회피 현상 등 우려

“까라면 까는 공무원이라고 하지만 강제 이주는 너무한 거 아닌가요.”

해양수산부 공무원 김모(30) 씨는 해수부 부산 이전 추진에 대해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세종에 있는 해수부를 “빠르게 부산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것이다. 신혼인 김 씨는 “부산으로 옮기면 애는 누가 키울 거고, 공무원 월급 모아서 집은 언제 다시 마련하냐는 내부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이 해수부 부산 이전뿐 아니라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등을 임기 내 실현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직사회에서 ‘주말부부 포비아(공포)’가 확산하는 것으로 11일 나타났다. 정부 부처 특성상 공무원 부부가 많은 만큼 부부간 생이별이 불가피해서다. 일부 해수부 공무원들은 육아휴직을 사용하거나 부처 이동을 통해 부산 이동을 최대한 피하려는 상황이다. 휴직한 직원들은 복직마저 미루면서 부처 이동이나 이직을 고려하고 있어 해수부 내 인력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씨는 “부산에 가더라도 국회, 대통령실 출장이 불가피한데 출장 한 번에 하루를 통째로 날리는 비효율을 왜 감당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해수부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가족이 세종에 있는 사람들은 부처를 바꿔줄 사람을 수소문하고 있고, 젊은 사무관들은 법학전문대학원 진학도 고려하고 있다”며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정부 기관 이전은 정부의 저출생 대책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28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공무원 인사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해 공무원 부부일 경우에는 같은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49개 중앙행정기관에 권고했다. 공무원 간 결혼·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행정기관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생이별하는 주말부부가 대거 양산될 전망이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 논란이 확산되면서 국회 내부에서도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국회·대통령실 세종 이전 공약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회 비서관으로 근무하는 A 씨는 “세종으로 이전되면 교통편이 오송역밖에 없다”며 “출퇴근 시간대는 늘 매진인데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행정기관 이전이 공직 회피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국가직 9급의 경쟁률은 지난해 21.8대 1로, 2020년 37.2대 1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임용 5년 차 미만 공무원들의 퇴직도 급증 추세다. 2019년 5년 차 미만 퇴직 공무원은 6500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1만3566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국회직 시험을 준비 중인 조모(26) 씨는 “국회나 대통령실의 경우 기존 발령지가 서울이었던 만큼 세종으로 이전할 경우 메리트가 완전히 떨어진다”며 “국회직 시험 준비를 계속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 노수빈 기자
노지운
노수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1
  • 화나요 7
  • 슬퍼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