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전성수 서초구청장

민선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았다. 1995년 6월, 첫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지자체장을 선출하며 본격적인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필자는 1988년 서울올림픽의 해, 공직에 첫발을 디딘 후 관선 시대 7년에 이어 민선 1기 조순 전 서울시장 등 지방자치의 역사와 함께 걸어왔다. 서울시청, 인천시청, 행정안전부, 청와대 등 광역지자체와 중앙정부를 거쳐 민선 8기 서초구청장이 된 지금까지 품어온 신조는 한결같다. ‘공익은 민생 현장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이다.
지방자치의 오늘과 내일을 거론하자면 우선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 헌법정신인 자유민주주의는 인간의 자유와 시장 자유가 그 본원적 가치다. 견제와 균형을 위한 권력분립은 인간의 탐욕을 통제하고 불완전성을 보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나아가 지방자치는 분권과 자치를 통한 권리와 책임의 구체화를 위한 것으로, 중앙과 지방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며 다원주의를 확장한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제도적 장치인 견제와 균형의 확대이자 책임정치의 구현이다.
국가는 다리 셋이 떠받치는 솥(鼎·정)과 같다. 입법부·사법부·행정부가 상호 견제로 균형을 이루며 주권자인 국민의 이익 증진을 도모한다. 솥 안에는 국민의 뜨거운 요구인 ‘민생’이 담겨 있다. 솥발 하나라도 길거나 짧으면 균형을 잃고 기울어져 그 안의 민생이 쏟아지게 된다. 이렇게 기울어진 솥은, 민생의 밥그릇이 아닌 위정자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탐욕의 솥으로 전락하고 만다.
한편, 사법부가 없는 지방정부는 수레의 양 바퀴와 같다. 국가라는 솥 안에 민생이 담겨 있듯, 지방정부라는 수레 위에도 민생이 놓여 있다. 집행부와 지방의회, 두 바퀴 중 한쪽이 너무 커지면 덜컹덜컹 기우뚱거리며 민생에 제때 응답할 수 없다. 따라서 지방정치는 지나친 견제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지향해야 지역사회가 막힘없이 굴러갈 수 있다.
서초구는 민생 속으로 직접 찾아가는 바퀴 달린 행정을 펼치고 있다. 청년 예술인이 트럭 위에서 공연하는 ‘바퀴 달린 콘서트’, 고쳐 쓰고 갈아 쓰는 ‘바퀴 달린 우산과 칼’, 책을 싣고 ‘여행하는 서재’ ‘찾아가는 재건축콘서트·세무설명회·건강체험관’ 등 두 바퀴 위에 ‘민생’을 싣고 동네 구석구석을 누빈다. 이렇게 일상에 스며든 행정서비스는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민생을 활짝 웃게 만든다.
정책은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 고령화, 1인 가구, 청년, 저출생 등 사회 현안에 시의적절하게 반응하고 만들고 밀어 올려 중앙 정책으로 확산시키는 것도 지방정부다. 지역경제·복지·문화·체육·교통·환경 등 반 발짝 앞서가는 행정으로 주민 일상을 흔들림 없이 잘 살피는 것이 관건이다.
지방자치 30년, 스스로 뜻을 세우고 힘차게 도약해야 할 ‘이립(而立)’의 나이를 맞아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여러 전환기적 과제에 맞서 해결책을 모색하려면 책임과 자유의 확대가 절실하다. 결국은 민생이다. 주민 가장 가까이 있는 지방정부가 제때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제 지방정부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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