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인사이드 - 동대문구 전통시장 대개조
건물 옥상서 야간 푸드트럭 운영
경동극장 개조한 스타벅스 인기
LG 체험장 ‘금성전파사’도 눈길
세계 톱5 ‘청년마켓몰’ 조성 목표
미디어아트·AI 로봇 도입 방침

경동시장을 포함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일대 ‘청량리시장’이 청소년부터 청년, 장년까지 모든 세대가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천편일률적으로 지붕을 씌우고 군것질거리를 판매하는 ‘전통시장 현대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청량리시장에는 인스타그램 업로드용 사진 명소부터 유튜버들이 소개하는 맛집까지 젊은층이 좋아하는 요소가 넘쳐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세계 톱(Top)5 시장’을 목표로 청량리시장을 대개조하는 ‘청량마켓몰’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MZ 놀이터’ 입지 굳힌 청량리시장= 지난 5일 찾은 경동시장 신관 옥상은 ‘경동 1960 야시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이곳은 원래 주차장이었던 공간인데, 현재는 매일 저녁 ‘냉삼파뤼’ 이벤트가 열린다. 젊은 층 사이에 인기인 냉동삼겹살을 먹으며 야경을 즐길 수 있는 파티다. ‘레트로사진관’이라는 포토존도 설치돼 있었다. 이날은 평일이어서 냉삼 가게만 문을 열었지만 금∼일요일에는 푸드트럭 3개도 운영돼 다코야키, 치킨가라아게 등을 판매한다. 야시장에서 만난 강모(여·22) 씨는 “레트로 감성과 요즘 감성이 완전히 잘 어울려서 ‘인생 샷’도 많이 남겼다”며 “야경과 함께 즐기는 맥주 한 잔은 진짜 ‘힐링’”이라고 즐거워했다.
경동시장 신관은 여느 대형 쇼핑몰 부럽지 않은 시설과 2030세대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3층에 조성된 ‘청년몰’에는 베이커리, 소품디자인숍, 디퓨저 가게, 반지공방, 케이크 전문점 등이 입점해 있었다. 2층에는 카페와 작은도서관이 마련돼 책을 읽으며 오후를 보내는 주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세계이마트 희망놀이터’라는 이름의 공동육아나눔터(키즈카페)는 1인당 2000원에 이용할 수 있고, 1인 가구 문화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씽글벙글사랑방’도 들어서 있다. 지하 식당가 ‘안동집 손칼국시’도 경동시장에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맛집이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이모카세 1호’ 김미령 셰프가 운영한다. 평일 오후 4시쯤이었는데도 테이블이 있는 실내매장 2개가 가득 찼고, 벤치처럼 둘러앉는 자리만 남아 있었다.
신관 옆 본관 건물로 들어가면 3∼4층에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 자리를 잡고 있다. 1960년에 지어져 1994년 문을 닫은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청소년부터 2030세대는 물론 60대 이상까지, 친구나 가족 단위로 찾아온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장안동에 사는 한모(37) 씨는 “흐릿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던 경동극장이 멋진 카페로 바뀌어서 올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며 “이곳과 야시장이 경동시장의 큰 매력인데, 운영시간이나 테이블 수가 더 여유 있게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청량리전통시장’의 ‘통닭거리’에도 손님이 가득했다. 원래부터 유명했던 ‘동경통닭’과 가수 성시경이 유튜브에서 소개한 ‘남원통닭’은 본관과 별관을 가리지 않고 손님으로 북적댔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2022년 스타벅스와 LG전자 체험공간 ‘LG 금성전파사’가 들어오면서 시장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기 시작했고, 2023년 말 야시장이 생기고 유튜버들도 많이 찾아오면서 시장이 점차 활기를 되찾았다”고 전했다.
◇청량마켓몰로 2단계 상전벽해 꿈꾼다= 경동시장 등이 속해 있는 청량리시장은 제1호 서울시 종합시장으로, 1947년 ‘청량리시장 조합창립총회’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경동시장·경동광성상가·동서시장·청량리청과물시장·청량리종합시장·청량리전통시장·청량종합도매시장·청량리농수산물시장·서울약령시 등이 모두 청량리시장에 포함된다.
이필형 구청장은 청량리시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9개 시장을 아우르는 ‘청량마켓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시장별로 다른 색을 적용해 점포를 디자인하는 ‘9bow(나인보우) 마켓’ △시장 건물 옥상을 연결하는 ‘스카이워크’ △미국 라스베이거스 프리몬트 거리처럼 캐노피(canopy)를 미디어아트로 꾸민 ‘경동시장로’ △청과물시장 1번 아치 일대 ‘청량마켓 문화광장’ 등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청량리시장을 크게 동부와 서부로 나눠 개발할 계획이다. 동부는 먹거리 등을 중심으로 젊은층이 많이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 SNS 크리에이터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서부는 전통시장진흥센터를 축으로 현대화된 시장으로 만든다. 상품 배송과 시장 안내를 도와줄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인공지능(AI) 로봇도 청량마켓몰에 도입 △백화점만큼 편한 시장 △볼거리·먹을거리·즐길거리가 풍성한 시장 △세계인이 찾아오는 시장으로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이 구청장은 “동대문구의 지속가능성은 전통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청량마켓몰이 단기간에 완성할 수 없는 사업이긴 하지만, 차근차근 진행해 청량리시장이 글로벌 시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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