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이 뽑았다.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이 돼 사실상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이며 피고인이다. 그런데 서울고법은 유죄 선고를 해야만 하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중단했고, 서울지법도 대장동 재판에 대해서 같은 결정을 했다. 남은 3개 재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법원은 견강부회로 헌법 제84조를 재판 중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확립된 헌법해석 방법론은 ‘국가기관의 권한과 공직자의 특권은 좁게, 국민의 기본권은 넓게’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 제84조의 대통령 형사상 소추특권은 ‘소추’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도외시한다 해도 대통령 재직 중의 범죄에 한해서 적용되는 특권으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 그런 해석을 뒷받침하는 헌법 제68조 제2항도 있다. 대통령 당선인도 판결로 대통령직을 상실할 수 있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판결은 재직 중 내란·외환죄를 범한 경우와 대통령 당선 전의 범죄에 대한 판결을 뜻한다. 헌법은 전체가 유기적인 통일성을 갖는 규범이어서 헌법 제84조는 제68조 제2항과 불가분의 연관성을 갖는다. 법원의 연이은 재판 중단은 이러한 헌법해석 방법과 헌법의 유기적인 연관성을 무시한 위헌적인 결정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 대통령 방탄 법안들도 헌법을 무시하긴 마찬가지다.
또,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를 통해 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주장도 법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상호 보완 기능을 통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헌법원리이다. 선거는 대의민주정치의 실현 수단이다. 삼권분립에 따른 사법권의 독립은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대의민주주의의 실현 수단인 대통령선거로 법치주의를 위한 삼권분립과 사법권의 독립이 무력화될 수는 없다.
대통령 선거의 득표 결과만 봐도 국민이 이 대통령을 면죄했다는 생각은 허구임이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49.42%로 당선했다. 김문수·이준석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49.49%로 당선인보다 많다. 더 많은 유권자가 피고인 이재명을 단죄했다는 뜻이다. 또, 투표 당일 출구여론조사에서도 투표자 63.9%, 이 대통령에게 투표한 42%도 선거 후에 그의 재판은 계속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 후의 여론조사도 대동소이하다.
이번 법원의 재판 중단 결정은 국민의 뜻에도 어긋나는, 권력에 굴종하는 정치재판이다. 법원의 황당한 위헌적인 결정으로 우리 사법부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다. 스스로 무너뜨린 사법권 독립을 누가 신뢰하며 지켜주겠는가.
사법부가 이러니 힘없는 국민만 불쌍하게 됐다. 이제 힘없는 국민은 스스로 투쟁해서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법 앞에 평등하게 보호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것이 현실이 되면 우리 사회는 토머스 홉스의 말처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무질서 사회로 전락하게 된다. 누가 이런 아노미 상태를 초래했는가.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이런 상황에서 언론마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법원의 결정으로 사법권의 독립이 무너졌는데도 그 문제를 비중 있게 사설로 지적한 매체는 드물다. 참으로 암담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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