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정치부 차장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 남짓 지났다. 이 기간 여권은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취임 이튿날 국회 본회의를 열어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특별검사법안을 처리했고, 공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야당은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검 추천권을 범여권이 독점하는 등 독소 조항은 여전했고, 오히려 내란특검법은 파견 검사를 40명에서 60명으로 늘리는 수정안이 처리됐다. 동시에 이 대통령은 정치 복원을 위한 제스처도 보였다.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중단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처리를 연기했고 공영방송의 이사회를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인 ‘방송 3법’은 야당과 더 협의하기로 했다. 임기 초부터 독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사령탑 간에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입법권과 행정권을 양손에 쥔 상황에서 독주로 흐를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고 전망한다. 당장 김용민 의원 등은 11일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설치하는 이른바 ‘검찰 개혁’ 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3개월 이내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며 속도전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사법 개혁·검찰 개혁 등도 중요하지만 조기에 주력해 힘을 뺄 상황은 아니다. 집권 초 민생 회복에 주력하겠다”고 말했지만, 당 분위기는 다른 셈이다.

당 태종이 위징 등 신하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정관정요에는 ‘알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실천하기가 어렵고, 행하기보다 끝을 마치는 것이 어렵다’(非知之難 行之惟難 非行之難 終之斯難)는 문구가 나온다. 이 대통령이 통합, 정치 복원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으나 실천하는 건 다르다. 매듭을 풀기보다는 잘라 버리는 게 편하다는 유혹을 떨치기는 어려운 법이다.

제21대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꽤 차이를 벌렸지만, 민주당이 보여왔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전임 대통령이 탄핵당했거나(문재인, 이재명), 탄핵에 준하는 상황(김대중)일 때 집권했다. 또 선거연합을 하거나(김대중, 노무현), 보수가 분열됐을 때(김대중, 문재인, 이재명) 대선에서 승리했다. 비상계엄에 반대하는 여론이 60%를 넘었지만, 이 대통령 득표율은 50%가 안 된다. 국민의힘이 몰락한 것과는 별개로 민주당이 자력으로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정당인지에 관한 물음표를 지우는 데는 실패했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대선 다음 날 페이스북에 ‘주권자께 경의를 올립니다. 1∼2위 차 8.27%P, 3위 득표 8.34%P, 0.07%P 패한 마음으로 국민을 섬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생각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20년 집권 공언이 무색하게 5년 만에 정권을 잃었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이다.

조성진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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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기자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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