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있는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장을 통합하는 자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고 한다. 합작사를 만들어 단계적으로 범용제품 생산을 감축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번 ‘1호 빅딜’ 시도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다. 여수·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도 공멸을 피하려는 노력이 확산할 조짐이 보인다.
국내 유화업계는 그동안 전체 수출의 40%를 중국에 내보내면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2020년부터 중국이 급속하게 자급자족 체제를 구축 중이다. 지난해 중국의 에틸렌 자급률은 95%, 폴리프로필렌(PP)은 97%에 달했다. 여기에 철강과 유화업계는 미국발 관세전쟁까지 겹쳐 샌드위치 신세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에 1266억 원, HD현대는 1188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4월부터 빅딜 움직임이 시작됐으나 눈치 싸움만 무성했다. 남은 공장은 업황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역설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월 범용제품 설비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컨설팅 용역 결과가 정부에 전달되면서 “더 이상 눈치 보면 공멸한다” “합치고 줄여야 산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돌아섰다.
중국이 2027년까지 설비 증설을 예고한 만큼 올해는 국내 업계의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멈출 마지막 기회다. 민간 자율의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하지만 걸림돌이 적지 않다. 합작사를 설립해 설비를 넘기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도세가 부과될 수 있다. 언제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심사 대상에 오를지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석유화학산업특별법 제정을 공약한 바 있다. 더 이상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내선 안 된다. 과감한 세제 감면과 공정거래법 상 특례조치 등 전방위적 정책 지원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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