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해피엔딩’ 미국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
“작가·연출가·관객이 빚어낸
유머 가득한 독창적 뮤지컬
팬덤의 입소문이 성공 비결
처음 대본 읽고 강렬한 경험
아름다운 제주도 장면 최고”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토니상을 수상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2016년 국내 초연 이후 5번의 시즌을 거친 이 작품은 지난해 미국 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그 뒤에는 첫 진출 당시 이 작품의 진가를 진작에 알아 본 제프리 리처즈(사진) 리드 프로듀서가 있었다. 그는 토니상을 여덟 번이나 수상한 브로드웨이의 거물이다. 수상 직후인 11일 서면 인터뷰로 그를 만났다. 토니상 6관왕 축하 인사에 리처즈 프로듀서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그 이상으로는 설명할 말이 없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리처즈 프로듀서는 2016년 뉴욕에서 두 번째 리딩(시연) 공연을 올릴 때 처음 ‘어쩌면 해피엔딩’을 봤다. 극을 쓴 박천휴 작가는 공연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리처즈의 모습에 안절부절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처즈는 “처음 스토리를 읽었을 때부터 다른 작품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다양한 범주의 감정이 담긴 뮤지컬이라고 생각했다”며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리처즈가 밝힌 성공 비결은 ‘3A’다. 작가들(Authors), 연출자 마이클 아든(Arden), 그리고 관객들(Audiences)이 잘 어우러진 덕분이다. 그는 “작가들의 따뜻한 마음, 인간성, 그리고 유머로 가득 찬 훌륭하고 독창적인 뮤지컬”인 동시에 “아든이라는 훌륭한 비전을 가진 연출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천국 같은 공연으로 탈바꿈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아가 “관객들의 입소문이 비밀 무기”였다며 “수차례 공연을 재관람하는 이런 종류의 열정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에서는 ‘반딧불이’(Fireflies), 국내에서는 ‘헬퍼봇’이라는 막강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해피엔딩’의 미국 버전은 현지 감성과 극장 규모에 맞게 변화를 줬다. 출연 배우를 3명에서 4명으로 늘려 스토리를 보강했고, 일부 넘버(노래)를 바꿨다. 리딩 당시의 가제는 ‘사람에게 배운 것’(What I Learned From People)이었으나 이후 현재의 제목으로 다시 수정됐다. ‘사람에게 배운 것’은 현재 미국 버전의 대표 넘버 제목이기도 하다.
또한 리처즈가 꼽은 최고의 순간은 제주도 장면. 그는 “등장인물들이 주인공 올리버가 그리워하던 옛 주인을 찾아 함께 제주도로 떠나는데, 제주의 아름다움을 연출한 장면에 가장 매료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국 뮤지컬의 미래와 전망에 대해 묻자 리처즈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며 한국 뮤지컬의 미래가 너무나 밝다”고 가능성을 봤다.
한편 외신에서도 호평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리처즈의 말을 인용해 ‘어쩌면 해피엔딩’을 두고 “21세기판 44번가의 기적”이라고 평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공연되고 있는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선 1960년대 연극 ‘올 더 웨이 홈’(All the Way Home)이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기적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적이 있는데, 이를 “44번가의 기적”이라 부르고 있다.
김유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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