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공세·경기 불황

취업자 수 반년새 24% 감소

일감부족에 기존 인력도 이탈

 

시·자치구 경쟁력 강화 지원

판로개척·산업구조 재편 온힘

“5∼6년 후면 서울 봉제산업은 완전히 붕괴될 거라고 봅니다.”

서울 금천구에서 30여 년간 봉제공장을 운영 중인 윤창섭 장미 대표는 12일 “업계에서 봤을 때 서울의 봉제산업은 현재 90% 이상 망가져 가고 있다”며 “봉제업계는 산업구조상 대부분이 하청을 받아 작업하는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일감 자체가 없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서울시와 봉제업계에 따르면 ‘K-패션’의 발상지인 서울의 봉제산업은 일감 부족과 이에 따른 취업자수 감소 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 3일 중구 신당동의 한 봉제공장에서 5명의 사상자를 낸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배경에도 봉제업계 불황에 따른 공장 경영 어려움 탓에 발생한 임금체불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서울 봉제산업 종사자수는 불경기가 확산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서울의 의복·모피·가죽·가방·신발 제조업 취업자수는 8만6000명으로, 상반기 11만3000명 대비 23.9% 감소했다. 성북구에서 20여 년째 봉제업을 하고 있는 손석봉 인랩 대표는 “의류 봉제업은 젊은 인력의 유입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일감이 부족하다 보니 기존 인력들마저 업계를 떠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서울 봉제산업의 위기 원인에 대해 중국발 저가 제품 공세에 따른 국내 일감 부족과 소비심리 위축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통계청 올해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의류·신발 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했다. 윤 대표는 “봉제산업의 위기는 경기불황에 따른 원청의 발주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여기에 인건비가 싼 중국, 심지어 아프리카에서 만들어진 옷이 국내로 수입되다 보니 봉제업계 사람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봉제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자치구들과 서울시는 봉제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브랜드화 및 판로 개척 등 다양한 시도와 함께 산업구조 재편을 꾀하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도매쇼룸과 의류봉제 제조지원센터를 통해 생산·판로확보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노후 작업 설비 개선과 제조공정의 디지털화 지원 등 산업구조 현대화에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성북구는 관내 봉제업체들의 공동브랜드 ‘유어즈’를 통해 공동 판로 개척과 제품 확대를 모색할 방침이다. 중랑구는 최근 ‘패션봉제산업 브랜드화 및 판로확대 지원사업’ 용역을 발주했다. 자체 브랜드 보유를 희망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브랜드 출시와 성장을 지원하고 고부가가치 창출을 유도한다는 목표다. 동대문구는 패션봉제복합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며, 올해 봄꽃축제 때 ‘봄꽃 패션쇼’를 열어 지역 봉제업체 의류를 홍보해주기도 했다.

이정민 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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