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갈 수 있어? 응
김주현 글·그림│만만한책방


처음 혼자 자던 날의 기억이 또렷하다. 홀로 보내야 하는 밤은 고난과 설렘의 시간이었다. 나는 평소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해 보기로 했다. 바로 자면서 무언가 먹기. 문제는 ‘무언가’를 껌으로 정했다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카락은 늘어진 껌 범벅이었다. 어쨌든 그 덕분에 공포에 떨거나 울지 않고 부모님 방으로 달려가지도 않았다. 둘째 날부터는 껌 없이도 잘 잤다.
‘혼자 갈 수 있어? 응’은 어린이가 처음으로 혼자 학교에 가는 이야기다. 자신만만하게 집을 나선 어린이는 ‘랄랄랄’ 신이 나지만 곧 어려움에 봉착한다. 자신보다 큰 개를 마주친 거다. 어린이는 지혜를 짜내 ‘살살’ 지나간다. 금방 들켜 ‘왈왈왈왈왈’ 짖는 소리를 듣고 말지만.
그림은 간결한 선과 여백으로 채우고 글은 최소한의 글자로 쓰였다. “혼자 읽을 수 있어?” 물으면 한글을 깨치지 못한 어린이도 자신 있게 “응!” 답하겠다. 꽃을 보면 노란빛 ‘와’, 남몰래 뀌는 방귀는 작게 ‘뽕’, 본의 아니게 목격한 친구는 나를 향해 ‘큭-’. 부끄러워 도망치다 넘어지자 친구가 상처에 입김을 ‘호’ 분다. 그제야 등굣길은 혼자가 아닌 둘이 됐다. 글자는 하나이지만 크기, 모양, 방향 등이 묘사를 돕는다.
어린이에겐 많은 것이 어렵다. 계절에 맞는 옷 입기,장난감 포장 뜯기에도 도움이 필요하다. 어느 시기가 되면 “내가 할래”를 달고 산다. 어린이도 아는 걸까. 결국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때가 온다는 걸. 작지만 차곡차곡 쌓은 성취감이 든든한 받침이 돼 줄 것이다. 그러니 어른들은 그저 지켜보며 응원하는 수밖에. 넘어지더라도 ‘툭’ 일어나길. ‘쏴’ 내리는 비를 뚫고 달리길. 혼자 걷던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 서로의 손을 ‘꼭’ 잡아주기를 말이다. 44쪽, 1만5000원.
김다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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