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

새뮤얼 W 프랭클린 지음│고현석 옮김│해나무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교육, 기업 경영, 일상생활을 막론하고 ‘창의성’은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정말로 긍정적인 가치일까. 창의성에 대한 맹목적 믿음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책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며 창의성의 사회적 의미를 탐구해 간다.

창의성이 소통, 협력, 비판적 사고 등과 견줄 정도의 핵심 가치가 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지나고 나서다. 전쟁 이후 자본주의가 꽃피우고 획일화된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생겨난 결과다. 책에 따르면 ‘창의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처음 기록된 것도 1875년으로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개념이다. 그에 힘입어 1942년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키우기 위한 브레인스토밍이라는 방법도 고안됐다.

그런 만큼 창의성에 대한 연구도 부족했다. 성별, 계급 등에 따른 편향적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광고를 통해 왜곡된 방식으로 재생산되기도 했다. 성실성 등 보편적 가치가 경시됐고, 창의성이 소비 욕망과 결합하며 소비주의를 가속화했다.

그럼에도 저자는 창의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율성과 창조성이 인간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혁신과 새로움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미 우리 사이에 존재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이 쌓아온 소중한 지적 자산과 그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가 바로 그 답이다. 384쪽, 2만 원.

김유진 기자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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