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 가면 호박엿을 먹을 수 있는가? 물론 먹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울릉도’에서 ‘호박’으로 만든 엿인지가 문제가 된다. 울릉도에도 호박이 있고 호박 속에도 탄수화물 성분이 있다. 따라서 울릉도 호박을 엿기름으로 삭힌 뒤 이를 고아서 엿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꼭 그렇게 해야 할까? 섬이 온통 산지여서 논은커녕 밭도 귀한 울릉도에 호박을 대량으로 심을 수 있을까? 효율이 극히 떨어지는 호박으로 굳이 엿을 만들 이유가 있을까? 이래서 울릉도 호박엿은 의심스럽다.

울릉도 호박엿의 기원은 아무래도 엿장수가 가위를 절걱거리며 부르는 ‘엿단쇠소리’에 있는 듯하다. 이 노래는 ‘울릉도라 호박엿, 둥기둥기 찹쌀엿, 떡 벌어졌구나 나발엿…’과 같이 지역 특산의 엿이 나열되는데 그 첫 구절에 울릉도 호박엿이 등장하니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엿장수의 노래에도 등장하니 울릉도 특산의 엿이 있기는 한가 보다.

그래서 혹자는 ‘호박’이 아닌 ‘후박’이라 풀이한다. 즉 울릉도에 자생하는 후박나무의 껍질에 특별한 약효가 있는데 이 껍질을 첨가해 만든 ‘후박엿’이 육지에 소문이 퍼졌다는 것이다. 뭍의 사람들은 후박나무를 잘 모르니 은근슬쩍 호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호박’의 첫소리가 길기 때문에 ‘후박’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그 역도 충분히 가능하기는 하다.

울릉도에 호박이 지천인 것도 아니고 호박으로 엿을 만드는 것이 효율도 떨어지니 이 설명이 솔깃하기는 하다. 그러나 이 또한 확인은 어려운 설이다. 이제 남은 것은 엿장수의 가위에 얹혀 떠돌 수 있는 말뿐이다. 장사에 밝은 울릉도 사람 누군가가 뭍에서 엿의 재료를 사온 뒤 호박과 후박나무 껍질 추출액을 섞어 엿을 만들면 된다. 이 엿에 ‘울릉도 호박엿’이란 이름을 붙이고 장황한 설명까지 더하면 된다. 음식의 스토리텔링은 대개 이렇게 시작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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