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석 한국소방시설협회장
최근 5년간 전국에서 연평균 3만8799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약 100건이다. 화재 사망자도 해마다 수백 명에 이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건물의 대형화에 따른 인구 밀집 현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 발생하고 있으며, 재난의 다양화·대형화로 안전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커짐에 따라 소방산업의 발전과 기술력 향상이 절실하다.
소방산업계는 지난 2020년 ‘소방시설공사 분리도급 법제화’로 전문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본격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업체 및 종사자 수가 점차 늘어나는 등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각종 화재와 안전사고가 발생해 화재안전기준이 강화되면서 신기술·신공법 등 기술적 성장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6·3 대선 기간에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소방산업을 위한 공약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소방산업은 약 18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관련 기업만 9000여 개나 되며, 종사자는 18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정책적인 지원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특히, 청년 인재 유입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소방산업 종사자의 고령화가 심각하고, 기존 종사자들도 체계적인 기술 훈련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소방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시공 능력과 설계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회사에 입사한 이후에도 재교육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숙련 기술자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소요된다. 게다가, 소방 관련 기술을 익히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신규 인력의 소방산업 유입이 더욱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재 소방 고급기술자의 76%가 50대 이상이며, 이 가운데 60대 이상이 36.3%에 이른다. 특급기술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66.7%가 50대 이상이며, 이 가운데 60대 이상이 22.4%나 된다. 이러한 인력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소방산업 국가기간 전략산업 직종’ 선정이다.
전기·건설·기계·통신 산업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고용노동부가 지정하는 ‘국가기간·전략산업 직종훈련’의 핵심축으로 분류되면서 무료 국비 교육 등 많은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인재 유입, 기술 축적,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서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소방은 ‘생명산업’이며 그 자체로 독립된 산업 영역이다. 우리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 보호의 최전선에서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바로 소방이다. 화재가 발생한 뒤 대책을 세우는 사후적 소방정책에서, 더욱 안전한 소방시설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등을 통해 화재를 미리 예방하는 소방정책으로 소방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소방은 여전히 ‘전기공종과 기계공종 일부에 불과하다’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소방은 그 자체로 독립된 영역이며, 실질적으로 독립이 돼야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담보될 수 있다. 소방은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국가가 앞장서서 육성해야 할 국민 생명 지킴 산업이다. 소방을 바라보는 정부와 국민의 인식 전환 없이는 인재(人災)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명 산업인 소방이 계산적 논리에서 다뤄져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소방산업인들의 염원인 ‘국가기간 전략산업 직종 지정’이 이뤄져 안전사회 실현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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