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가 탄핵으로 퇴진한 2016년 겨울, 한 중앙부처 공무원이 식사 자리에서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집값이 올라서 마음고생 정말 심했거든요. 이번에도 그럴까 봐 얼른 샀어요.” 내내 전세를 살던 이 40대 후반의 공무원이 등기를 마친 아파트는 경기도 과천의 한 구축 아파트였다. 당시 7억 원대에 산 이 아파트는 문재인 정부 5년 사이 거의 20억 원까지 치솟았고, 최근에는 20억 원 중반대에 거래가 된다. 그사이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돼 2027년 7월이면 1400여 가구의 브랜드 신축 아파트로 완공되기 때문이다. 재건축의 대박까진 아니어도 당시 매수를 선택한 이들은 최소 2배에서 많게는 3배까지 부동산 자산이 오르는 투자 성공을 거뒀다. 반면 전세 또는 월세살이를 선택한 이들은 10년 전 집을 못 사서 마음에 한으로 남았다는 공무원처럼 극심한 주거 불안과 커다란 박탈감에 시달려야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 ‘폭탄’…돈 벌려면 ‘이 곳’ 주목!ㅣ부동산카페 [금주머니TV]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으로 정국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주변에 많은 사람이 “지금 집을 사야 하느냐”고 물었다. 문재인 정부 때 집을 사지 않아서, 있던 집을 팔아버려서, 우물쭈물하다가 갈아타기의 타이밍을 놓쳐서 미련과 후회가 남은 이들은 가족의 주거가 더 불안해지진 않을지, 노후를 위해 쥐고 있던 현금이 녹아버리지는 않을지를 절박하게 고민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선호 지역에 전방위적인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가했음에도 최근 서울 전 지역에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특히 이 시장 심리는 진작에 전 고점을 돌파한 강남 3구 등 고가 지역뿐만 아니라 성북·노원·금천·구로 등 중저가 지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아직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선 공약에서도 대략적인 방향성조차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아마도 부동산 정책을 어설프게 썼다간 전임 정부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나오는 신중함일 것이다. 희망적인 부분은 대략적이었던 대선 공약 속에서 새 정부가 신규 주택 공급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는 대선 전 발언에서, 시장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차기 국토교통부 장관 등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할 인사 진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부는 하루빨리 국민이 “그때 샀더라면…”이라는 후회를 하지 않게 할 부동산 정책을 내놔야 한다.
김영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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