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논설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중국의 희토류 파워에 한발 물러섰다. 2차 관세 협상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풀어주는 대신 미국은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조치를 해제했다. 일부 반도체 수출 제한도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희토류가 대량 공급되면 반도체 수출 규제도 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희토류는 1787년 스웨덴 한 야산의 낯선 광석에서 처음 발견됐다. 2년 후 이 광석에서 새로운 산화물인 이트륨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희토류는 초기에 렌즈나 연마하는 보잘것없는 자원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1980년대 희토류 영구자석을 개발하면서 몸값이 뛰었다. 그 대표 선수가 네오디뮴으로 전체 희토류 소비의 40%를 차지한다. 네오디뮴을 섞어 영구 자석을 만들면 자력이 10배 강해지고 그만큼 소형화할 수 있다. 지금은 전기자동차 한 대에 1㎏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미국 최신 전투기인 F35도 사마륨 등 대당 417㎏의 희토류 없이는 뜨지 못한다.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희귀한 자원이 아니다. 문제는 자연 상태에서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여러 광물 속에 다른 원소들과 결합해 존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분리·정제가 중요하다. 희토류 1t을 정제하려면 6300만ℓ의 황산 폐가스, 20만ℓ의 산성 폐수, 1.4t의 방사성 공업폐수가 발생한다. 서방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손든 이유다. 그 틈을 타 중국의 덩샤오핑이 1992년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고 선언했다. 지금 중국은 글로벌 희토류 정제 시장의 85%를 독점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 해양 영유권 분쟁 당시 희토류를 무기 삼아 일본을 굴복시켰다. 이번에는 미국마저 무릎을 꿇렸다. 일본은 그 후 본토에서 1800㎞ 떨어진 미나미토리섬(南鳥島) 주변 심해에서 전 세계가 700년간 쓸 수 있는 1600만t의 희토류를 발견했다. 미국은 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달에는 유성 파편 덕분에 네오디뮴, 세륨, 사마륨 등이 무진장 쌓여 있다. 하지만 당장 쓸 수 없는 게 문제다. 아프리카 희토류도 전기와 도로망 부족으로 정제하기 어려워 그림의 떡이다. 중국은 미국에 6개월간 한시적으로 희토류 수출을 풀어 주기로 했다. 당분간 중국이 희토류 패권을 휘두르며 짭짤하게 재미를 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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