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옥 시집 ‘바람은…’ 출간
정통서정시 뚝심 담긴 63편
묵직한 감정으로 찰나 살펴

2013년 시 전문지 유심으로 등단해 첫 시집 ‘말에도 꽃이 핀다면’을 펴내고 해당 작품으로 지난 2022년 제25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한경옥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바람은 홀로 걷지 않는다’(천년의 시작)로 돌아왔다.
스승인 오세영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의 가르침대로 ‘정통 서정시’를 지향하는 시인의 뚝심은 새 시집에서도 63편의 시로 증명된다.
수록된 시들은 상징적 문장들을 통해 묵직한 감정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두드러지는 감각은 상생과 동행, 연결이다. 시인은 강변으로 산책을 나가 긴 겨울을 견디고 마침내 당도한 봄 바람을 마주하고(수록시 ‘입춘(立春)’) 여름밤의 새벽에서도 어둠을 응시(‘새벽이면’)한다. 봄은 왔으나 봄기운에 취하지 않고 아침이 와도 빛에 취하지 않은 채 지나치는 찰나에만 보이는 것을 살피는 연결의 감각이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우찬제 서강대 국문과 교수는 시집을 두고 “아트라베시아모(attraversiamo)의 서정이라고 부르면 어떨까”하고 묻는다. 라이언 머피 감독,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속 명대사이기도 한 ‘아트라베시아모’는 ‘우리 함께 건너자’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시인의 시가 인간이 자연에게 혹은 자연이 인간에게, 때로는 인공위성과 같은 비인간 대상에게도 따스하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을 반복해 쓰고 있기 때문이다.
우 평론가는 “함께 가기 위해서는 내가 느끼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말하기보다는 동행하는 타자의 기척을 잘 들을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인의 뛰어난 듣기 능력이 시창작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먼저 눈을 감은 채 귀 기울여 듣고, 그제야 눈을 떠 웃음 지을 때에만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다. 익숙함 속에서 발견한 낯선 모습을 소재로 써내려 간 63편의 시들은 일상 모든 요소와 새롭게 관계 맺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장상민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