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

국내 자동차산업은 내우외환의 복합위기 한가운데 있다. 지난해 내수는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미래차 주도권을 두고 중국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에서 무서운 속도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동시에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모빌리티 패러다임의 전환은 산업 구조의 근본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수출환경 악화에 대한 부담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고,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는 우리 자동차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고 있다. 이미 올해 1∼5월 자동차 수출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으며, 4월까지 대(對)미국 수출은 9.3%나 줄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자동차 수출액 전망치를 915억 달러에서 8.0% 줄인 858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내수 진작은 단순한 소비 촉진을 넘어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필수 조치다. 코로나19 당시 수출이 감소했을 때는 내수가 방어선을 구축했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도입 시기에는 다각적인 전략 대응으로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내수와 수출은 서로를 보완하며 산업의 회복력을 키워왔다.

올해 1월부터 신차 구매 시 개별소비세 탄력세율이 적용(5→3.5%)되고, 3월부터는 노후차 교체에 대한 개소세 70% 감면이 시행되면서 승용차 구매 부담이 크게 줄었다. 실제 올해 1∼5월 내수 판매는 개소세 감면 정책시행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당시에도 개소세 감면과 노후차 교체 지원 정책은 내수 방어에 효과적으로 작용했고, 정책이 종료된 시기에는 차량 판매량이 단기간에 12∼35% 급감했다.

지금 같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이달 말 개소세 감면이 종료돼 내수 기반이 무너지면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중국의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이나 이탈리아의 스크래피지 인센티브(노후차 폐차 후 친환경차 구매 시 보조금 지급) 제도와 같은 내수 진작책의 경우 다년에 걸쳐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제조업 생산의 12.1%, 부가가치의 9.6%, 제조업 고용의 11.2%를 차지하며 전후방 산업까지 포함하면 약 1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수출 감소 상황에서 내수 침체로 인한 생산 감소는 곧 고용·수출·기술투자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치며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신정부는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한 대규모 내수 부양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경제 영향력이 큰 자동차 내수 활성화를 위한 개소세 감면과 노후차 교체 지원 정책을 연장하는 것이 우선으로 검토돼야 한다.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수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수는 자동차산업을 지탱할 가장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기반이기 때문이다. 내수를 지키는 일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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