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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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도 정신’은 최고의 선(善)으로 여겨진다. 중세 유럽의 기사(騎士)에서 발원한 그 의미는 ‘정의의 사자(使者)’ 또는 ‘젠틀맨’의 대표 주자로 각인돼 있다. 지금도 기사 작위는 최고의 영광으로 친다.

기사를 지칭하는 말은 여러 가지다. 가장 잘 알려진 단어는 영어의 ‘나이트(Knight)’. 독일어로는 ‘리터(Ritter)’, 에스파냐어로는 ‘카발레로(Caballero)’, 프랑스어로는 ‘슈발리에(Chevalier)’라고 한다. 슈발리에는 ‘말을 타고 싸우는 전사’라는 뜻. 위대한 정복자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슈발리에 칭호를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자신에게 국한시켰다.

기사도가 중세 유럽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것은 기독교를 수호하고 이교도를 멸망시키는 것을 기사의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사적인 행동 방식에 대한 개인의 입장은 각자의 본보기에 따라 정해졌다. 기사로서 임명될 때는 약자인 여성에 대한 보호도 맹세했다.

기사들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경멸했다. 곤경에 처한 여성들을 구해 내는 일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중세 기사는 사실 강도에 가까웠다. 온갖 트집을 잡아 사람들을 괴롭혔다. 교회를 수호하겠다고 맹세했으면서도 교회의 재산을 빼앗기도 했다. 서로 간에도 싸움질만 했다. 암살도 꺼리지 않았다. 틈만 나면 상인의 재산을 강탈하고 순례자들의 주머니를 털었다.

궁정의 예의나 법도도 거리가 멀었다. 생활도 곤궁했다. 춥고 외풍이 심한 성(城)에서 살았다. 야외에서 더위와 추위, 금식, 힘든 노동, 수면 부족 그리고 오랫동안 망보는 일을 견뎌야 했다. 대부분은 땡전 한 푼 없는 처지로 운명을 다했다. 한 역사가는 기사들은 ‘낭만보다는 돈을 버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일갈했다.

도서관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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