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박 시장의 끊임없는 혁신 바탕은

부산=이승륜 기자

박형준 부산시장은 평소 “혁신은 나의 습관이자 생존 방식”이라고 말한다. 언뜻 정치인의 수사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삶을 따라가 보면 이 말이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실제 행동 지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화의 조짐을 누구보다 먼저 감지하고 두려움 없이 첫발을 내딛는 습관, 그것이 그의 리더십의 핵심이다. 이른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가장 먼저 움직이는 사람. 박 시장은 자신이 그런 유전자를 타고났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유전자는 지금 부산의 미래를 설계하는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박 시장의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 중심에서,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정치적 길을 찾아온 긴 여정이 있었다. 그 출발점은 1980년대. 박 시장은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열혈 청년이었다. 그는 사회를 계급 간 갈등 구조로 해석하는 전통 사회주의 이론에 몰두했고, 석사 논문도 니코스 풀란차스의 구조주의 계급론을 주제로 삼았다.

하지만 구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는 그에게 “이 이념이 정말 사람들을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박 시장은 “사회주의는 해답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그의 지적 여정은 방향을 틀었다. 박사과정에서는 첨단 기술이 노동 현장과 사회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주제로 삼았다. 1991년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 ‘극소전자 자동화에 따른 노동과정의 변화’는 컴퓨터 기술이 산업과 일자리를 넘어서 사회 전체의 모습을 바꾸는 과정을 예견한 국내 최초 시도 중 하나였다. 이러한 지적 감수성과 기술 변화에 대한 민감성은 이후 국가 정책과 연결된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에 입성한 그는 정보화·세계화를 국가 전략으로 내세운 박세일 당시 정책기획수석과 인연을 맺었다. 이는 박 시장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개혁보수의 철학을 정립하지 못하던 그에게 박 수석과의 만남은 이상과 현실의 접점을 찾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 만남을 통해 “이상만 외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실 속에서 어떻게 실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현실 정치에서는 올바른 목표만큼이나 이를 실현할 전략과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조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동체 자유주의’를 발전시켰고, 이는 이명박 정부의 ‘서민 실용주의’로 이어졌다. 박 시장은 당시 청와대에서 홍보기획관, 정무수석, 사회특보 등을 지내며 이 철학을 실현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21년 부산시장에 취임한 이후 박 시장은 또 한 번의 실험을 시작했다.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 추진, 디지털 물류체계 구축 등 굵직한 도시 프로젝트마다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는 시정을 도시 전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작업으로 보고,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주도해간다.

박 시장의 시정 철학에 흐르는 일관된 가치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통찰력, 기술과 사회 흐름에 대한 민감성, 그리고 철학 있는 실용주의다. 그는 이를 ‘보수의 실력’이라 부른다. 박 시장은 “지금의 보수는 과거의 진취성과 혁신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며 “담대한 변화의 의지와 그것을 실현하는 역량이야말로 보수가 회복해야 할 본래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승륜 기자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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