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 박형준 부산시장

 

균형발전 의제들 합리적 설득

해수부·HMM 이전 등 본격화

글로벌허브도시법도 뚝심 추진

 

수도권 집중 아닌 전국 상생하는

유기적 ‘고래형 국가’ 전환 강조

 

산업기반 혁신… 14조 투자유치

지자체 첫 기술창업투자원 설립

대학 지원해 글로벌인재 양성도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5월 ‘온천5호교’ 교량 재가설 공사 현장을 시찰하며 재난 대비 상황을 살피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5월 ‘온천5호교’ 교량 재가설 공사 현장을 시찰하며 재난 대비 상황을 살피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부산=이승륜 기자

박형준 부산시장 리더십의 양대 특징은 ‘합작형 리더십’과 ‘혁신가 리더십’으로 평가된다. 16일 부산시 및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시장의 합작형 리더십은 정파적 이해에 갇히지 않는 유연한 소통을 근간으로 한다. 상대방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특히 자신의 핵심 정치철학이자 소신인 균형발전과 관련된 사안은 상대 당의 주장이라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갈등보다 협력을 택한 합작형 리더십은 부산을 한발 앞선 도시로 이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부산과 관련된 지역 균형발전 의제들은 정권이 바뀌었어도 국가 정책으로 구현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HMM 등 핵심 해양기관·기업의 부산 이전, 해사법원 설립이 본격화됐다.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은 여야 공동 발의로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사업으로 추진하는 해수부 이전의 경우, 박 시장은 정파가 아닌 도시의 미래 과제로 인식해 해양기관 추가 이전까지 전폭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해수부만 이전하면 내부적으로 비효율이 있을 수 있고, 관련 해양 기관이 함께 오면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며 “해수부 이전 부지(확보)나 직원들을 위한 부산시 차원의 행정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균형발전 전략에 대해 박 시장은 각 지역이 특화된 경쟁력으로 자립하고, 상생을 통해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수도권에만 자원이 집중돼, 머리만 크고 몸통은 왜소한 ‘아귀형 국가’가 돼 가고 있다”며 “전국 곳곳에 혁신 거점을 두고 몸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고래처럼, 균형 잡힌 ‘고래형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시민·정부·기업이 함께 해법을 찾는 협치 모델을 추구한다. 카리스마보다 집단 지혜를 중시하고, 갈등보다 조정과 통합을 지향하는 리더십은 단기 성과보다 구조 개편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낙동강 횡단 교량 건설 재개도 박형준식 합작형 리더십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박 시장은 환경단체 등의 철새 보호 주장으로 수년간 중단됐던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낙대교 등 핵심 인프라 사업에 대해 대체 서식지 조성, 철새 모니터링 시스템, 친환경 설계 등의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이어왔다. 그 결과 올해부터 교량 건설이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박 시장의 리더십 철학은 저술과 강연 활동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단순한 정치 구호를 넘어서 ‘합작형 리더십’ 개념을 꾸준히 설파해왔다. 지난해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대통령도 ‘퍼스트 어몽 이퀄스(first among equals)’, 즉 ‘동등한 사람들 중 1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본보기로 든 인물은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적수와도 협치하며 통합을 이룬 리더십이야말로 지금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모델이라는 것이다. 박 시장은 지난 2019년 내놓은 저서 ‘보수의 재구성’에서는 한국 보수가 권위주의적 사고에 갇혀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념보다 문제 해결 역량 중심의 개혁 보수가 돼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소통과 협치를 강조한다는 것이 강단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박 시장은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믿는 핵심 과제에 대해서는 뚝심 있게 목소리를 내고, 정면승부도 피하지 않는다. 도시 전체의 구조적 전환과 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제정 추진,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허브도시법의 경우 자신의 전략과 철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 법은 개별 부처가 아닌 범정부적 통합 지원을 가능케 해 국비 지원, 세제 혜택, 규제 완화, 외국인 정주환경 개선 등이 이뤄지도록 하는 내용이다. 특히 국가전략특구 지정 등은 지역 주도형 혁신과 맞춤형 발전 모델 구축을 가능케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이에 박 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핵심 과제인 산은 이전,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제정을 다른 공약과 맞바꿔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국회, 중앙지방협력회의라든지 대통령께도 직접 설명드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대통령이 공약했던) 북극항로 개설이 중요한 과제라면 이 법이야말로 가장 도움이 되는 법안”이라며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지 말고 지역 발전을 위한 중립적인 법안으로 재심의를 요청하거나 북극항로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통합하는 방법도 있다”고 강조했다. 산은 이전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아닌,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나올 때마다 약속됐던 바이고 문재인 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안에도 포함된 사안”이라며 “고래(산업은행 이전)하고 참치(동남투자은행)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2월 부산시청 내 어린이복합문화공간인 ‘들락날락’에서 부모들을 상대로 보육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2월 부산시청 내 어린이복합문화공간인 ‘들락날락’에서 부모들을 상대로 보육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박 시장 리더십의 또 다른 축은 혁신가 리더십이다. 이는 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 과정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다. 부산시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2022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4조 원의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유치했으며, 삼성중공업, 한화파워시스템, BGF리테일 등 첨단 산업 기업들과 롯데쇼핑, 쿠팡 등 대기업 물류센터를 성공적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 위기 속에서 부산 철수를 고려하던 르노코리아에 대해 박 시장이 본사 고위층과 직접 협상에 나서 전기차 전환, 정부 인센티브 연계를 통해 해결해냈다.

전국 최초 지방자치단체 주도 기술창업 투자기관인 ‘부산기술창업투자원(BSIA)’도 박 시장의 혁신적 정책 추진력을 입증하는 사례다. 중앙 정부 중심의 기존 창업 지원 방식을 뛰어넘어 지역의 기술창업 기업을 선제적으로 육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설립까지 불과 1년 만에 추진됐다. 벤처투자비중 대폭 확대, 기술 상용화 지원, 단계별 컨설팅, 글로벌 투자 유치를 위한 프로그램 등 구체적인 지원 체계를 통해 지역 경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부산은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세계 24위, 글로벌 스마트센터지수(SCI) 아시아 2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경쟁력 지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박 시장은 일관되게 ‘생각이 곧 혁신’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힘은 결국 생각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하고, 그 생각을 정책으로 옮기는 과정 자체가 혁신이라는 철학이다.

‘지산학(지자체·산업계·학계) 협력’은 이러한 철학이 가장 구체적으로 구현된 사례다. 단순한 산학협력에 머물지 않고, 정책 설계 초기부터 지자체가 산업계·학계와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나가는 구조를 제시했다. 부산시의 ‘지산학 협력 종합계획(2023∼2027년)’은 이를 제도화한 결과물로, 지역이 중심이 되어 인재를 키우고 산업과 연계하는 순환형 성장 모델이다.

부산을 세계적 문화관광 도시로 혁신하는 것도 박 시장의 중요한 목표다. 비수도권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을 갖춘 부산콘서트홀을 개관했고, 이기대 예술공원에 세계적 미술관 유치를 추진 중이다. 아르떼뮤지엄, 미쉐린 가이드 등 다양한 글로벌 문화 콘텐츠를 도입해 뉴욕타임스와 트립닷컴이 주목하는 세계적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인재 양성 정책에도 혁신을 중시하는 박 시장의 철학이 반영돼 있다. 그는 ‘인재가 곧 혁신’이라는 신념 아래, 지역 대학이 주도적으로 산업 연계 과제를 개발하고 정부와 기업이 지원하는 부산형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of Education)’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이를 통해 부산대-부산교대, 동아대-동서대가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되는 등 대학이 지역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됐다.

박 시장은 또 영국의 웰링턴 칼리지와 로열러셀스쿨 등 글로벌 수준의 교육기관을 유치하고, 금융 자율형사립고 설립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부산에서 성장하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부산시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 시장의 리더십은 행정 기술이 아닌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실천 철학”이라며 “강한 생각이 강한 나라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지금도 글을 쓰고, 강연장을 찾으며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박 시장의 실험은 계속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아동·청년 정책에서는 박 시장의 세심하고 인간 중심적인 리더십이 돋보인다. 그는 전국 최초로 육아 브랜드 ‘애지중지’를 론칭하고, 대중교통 무료화, 교육비 지원 확대 등 실질적 육아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그 결과 아동정책 최우수 지자체로 3년 연속 선정되며, 전국 최고 수준의 아동친화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이승륜 기자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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