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 이끈 억만장자
불황땐 립스틱 잘팔려 신조
50년간 굴지의 회사 일궈
순자산만 156억달러 달해
피카소 등 명화 78점 기증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원도

경제가 불황일수록 립스틱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립스틱 지수(Lipstick Index)’를 창안한 레너드 로더가 9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부모가 창업한 에스티로더를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의 하나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에스티로더는 성명을 내고 로더 명예회장이 전날 가족들 곁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193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레너드 로더는 유대인이자 에스티 로더의 공동 창업자인 에스티 로더와 조지프 로더의 아들이다.
미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과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미 해군에서 소위로 복무했다. 이후 로더는 부모가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설립한 이 회사를 이끌며 클리니크, 아베다, 맥 코스메틱스, 톰 포드 뷰티, 보비 브라운, 조 말론 런던, 라 메르 등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거나 인수·합병(M&A)을 주도해 회사를 크게 성장시켰다.
그가 지난 1958년 회사에 합류했을 때 연간 매출은 80만 달러(약 11억 원)에 불과했으나 2009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때 에스티로더의 매출은 73억 달러에 달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그의 순 자산(2025년 6월 기준)은 약 156억 달러다.
그가 ‘립스틱 지수’를 창안해 세상에 알린 것은 2001년이었다. 경제침체기에도 화장품, 특히 립스틱 구매는 경기와 반비례하는 ‘립스틱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실제 9·11 테러를 겪은 2001년 가을 미국의 립스틱 판매는 11% 증가했고, 앞서 대공황 때는 화장품 전체 판매가 25% 늘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상황이 나빠질수록 사람들은 고가의 사치품 대신 값싸면서도 소소한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소비를 즐기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미술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는 2013년 자신이 수집해온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후안 그리스 등 입체파 화가의 작품 78점을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기증해 화제가 됐다.
당시 기증한 미술품들의 가치는 10억 달러로 추산돼 해당 미술관 역사상 최대 규모 기증이었다. 그 외 휘트니 미술관과 현대 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 그와 가족의 이름이 새겨져 있을 정도로 명망 높은 미술품 수집가이자 기증자로 꼽힌다.
또한 로더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재단을 설립하는 등 광범위한 자선활동을 벌였다. 그의 첫 번째 아내 에블린(2011년 별세)은 ‘핑크리본’ 캠페인으로 유명한 유방암 퇴치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박준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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