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확정판결도 헌법소원 청구를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의견서를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헌재법 제68조 1항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을 삭제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돼 헌재가 법원 판결 위헌 청구를 인용하면 해당 판결은 취소되고 관할 법원은 헌재 결정 취지에 기속(羈束)돼 다시 심리해야 한다.
현행 3심제가 4심제가 되고 헌재가 대법원 위에 올라서 최고법원이 되는 것으로,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1조 2항과 충돌한다. 헌법 위반이 될 소지가 큰 법 개정에 헌법수호 책무를 진 헌재가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건 노골적인 조직 이기주의로, 볼썽사납다. 위헌법률·탄핵·정당해산·권한쟁의·헌법소원 등의 심판을 하는 헌법재판 전담 기관을 대법원 위에 올리는 것은 사법체계를 뒤집는 것이다. 개헌 사안을 입법으로 하겠다는 것에 헌재가 동조하는 것은 희비극이다.
재판소원이 헌재의 숙원 사업이라고 해도 타이밍도 문제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취지 파기환송 뒤 ‘대법원장 탄핵, 특검 수사, 대법관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 등 대법원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이 삼권분립 훼손 정도로 심각하게 자행되는 와중이다. 헌법재판 기관이 여권을 견제하지는 못할망정 틈을 타 편승하는 행태는 목불인견이다. 4심제가 되면 재판관 9명에 헌법연구관 70여 명의 미니 조직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재판소원이 산사태 나듯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욕심만 앞세울 일이 아니다.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헌법재판관 각 3명씩 지명·선출하는 구조에선 국회 다수당의 대통령이 헌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헌재 장악을 통해 사법부를 간단히 손안에 넣을 수 있다는 점도 재판소원 허용의 위험성을 드러낸다. 탄핵 사유가 뻔히 안 되는데도 서너 달씩 끌어 기각함으로써 민주당의 직무정지용 탄핵소추를 결과적으로 방조하고 취임 이틀밖에 안 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찬반 4 대 4 결정 등 정치적 판결을 해 왔던 헌재의 흑역사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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